[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올림픽 같은 큰 대회를 치르고 나면 어린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
지난 3일 도쿄올림픽을 조기 종영하고 돌아온 이동경, 이동준, 원두재, 설영우를 바라보며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백전노장'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 한 말이다.
메달을 열망했던 올림픽 무대,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멕시코에 3대6으로 패한 후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러나 고개 숙이진 않았다. 울산 클럽하우스에 복귀한 이튿날부터 'K리그1 선두, 울산 모드'로 변신했다. 독기를 품었다. 4일 K리그1 난적 대구와의 홈경기, 이동경은 전반 날선 왼발로 상대 문전을 쉼없이 두드렸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교체투입된 이동준이 짜릿한 결승골을 뽑아내며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돌아온 후 1무1패로 부진했던 울산이 살아났다.
대구전 사흘만인 7일, 강원FC와의 홈경기에서도 '올림픽 듀오'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41분 '올대 에이스'원두재로부터 시작된 불꽃같은 역습, 이동경이 번뜩였다. 힌터제어에게 날선 스루패스를 찔러준 후 박스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어 힌터제어가 다시 왼쪽으로 밀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매특허' 통렬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뚫어냈다. 벤투 A대표팀 감독도,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사랑한 왼발의 이동경이 올 시즌 리그에서 기록한 첫 골이었다.
후반 33분, 거센 반격을 이어가던 강원이 조재완의 동점골로 1-1 승부의 균형을 맞춘 지 불과 2분만에 이번엔 이동준이 번뜩였다. 후반 35분 이청용이 문전으로 톡 띄워올린 감각적인 패스를 이동준이 받아냈다. 상대 수비 3명을 벗겨내며 돌아서더니 전광석화같은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2경기 연속 결승골. 리그 8호골을 터뜨린 이동준이 여름 내내 함께 울고 울었던 이동경과 뜨겁게 포옹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동준은 라스(13골·수원FC), 주민규(11골·제주), 뮬리치(9골·성남), 일류첸코(9골·전북)에 이어 리그 득점 5위를 질주했다. 홍 감독이 벤치에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폭풍성장' 예언은 현실이 됐다.
1997년생 '이동' 브라더스는 올림픽의 시련에 기죽지 않았다. 거침없이 도전했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절감한 무대였다. 축구는 실수의 연속이다. 청춘은 실패를 통해 배운다. 몸도 마음도 실력도 훌쩍 자라서 돌아왔다. 이제 남은 하나의 꿈, '원팀' 울산의 해피엔딩을 향해 내달릴 각오다.
이동경은 이날 첫 골 후 "올림픽에서 돌아온 직후 곧바로 소속팀에서 2경기를 선발로 뛰었다. 힘든 것보다는 팀에 득점을 통해 도움이 돼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축구 안팎으로 정말 많은 것을 배운 올림픽인 만큼 소속팀과 그라운드에서 이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이 골을 시작으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 울산 현대의 우승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 항상 응원해 주시는 동료과 팬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2경기 연속 결승골로 선두 울산(승점 44)의 2연승, '승점 6점'을 단번에 쌓아올린 '스피드건' 이동준 역시 '원팀'의 정신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팀에 도움이 돼 정말 기쁘다. 득점 과정에서 대구전 (원)두재, 강원전 (이)청용형이 도와주신 부분이 굉장히 컸다. 정말 감사하단 말을 하고 싶다"며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팀 성적도 분위기도 항상 감독님께서 강조하시는 '원팀'에 부합하고 있다. 올림픽에서의 배운 경험과 의지를 소속팀 울산 현대에서 그대로 이어가게 돼 보람 있다. 앞으로도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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