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도쿄 참사' 직후인 지난 10일 후반기를 시작했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프로야구와 관련한 모든 공간은 냉랭함과 비아냥으로 가득하고, 가뜩이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무관중 적용을 받는 경기장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한국야구의 위기를 실감하는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KBO와 구단들 뿐만 아니라 야구팬들 대다수의 심정일 것이다.
지금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야구를 잘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앞으로 열심히 해서 메달로 보답하겠다'는 그 흔한 '변명'을 말하는 게 아니다. 구단, KBO, 선수들이 장기 플랜을 짜고 기량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그의 품질을 높이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고 본다. 이것이 도쿄 참사의 본질이다.
이와 관련해 프로야구 선수가 '기량'을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키움 히어로즈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37)다. 지난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4-4 동점이던 8회말 2타점 결승타를 날린 이용규는 경기 후 인터뷰실로 들어섰다.
경기 관련 질문에 이어 최근 팀 구성원들의 불미스러운 일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용규는 "고참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인지하고 있다. 나 또한 프로야구 일원으로서 팬들이나 모든 분들께 죄송스럽다"며 "팬분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열심히 하고 생활 외적으로 모범이 되려고 해야 된다.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많아진 것 같다. 어린 친구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걸 느꼈을 것이다. 나도 선수로서 고참으로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엇을 느꼈고, 어떻게 할 건가에 대한 답이라면 다른 말을 할 것도 없다. 딱 그 정도면 된다.
13년 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었기 때문에 올림픽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일본전을 앞두고 (팀 후배인)김혜성과 영상 통화를 해 파이팅하라고 응원해줬다"는 얘기를 먼저 꺼낸 이용규는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많이 안타깝고 아쉽다. 선수들이 열심히 안한 것에 동의할 수는 없고, 실력적으로 부족한 걸 나 또한 느꼈다. 뛴 선수들은 더 크게 느꼈을 것이다. 우리 타자와 투수들 모두 발전해서 기량 늘려서 앞으로 준비를 잘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원론적인, 그렇지만 "실력적으로 부족했다"며 핵심을 찔렀다.
한국 야구의 실력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기본기에서 미국, 일본, 중남미 선수들의 플레이에 혀를 내둘렀다는 대표팀 출신 선수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용규는 "중계를 봤는데, 초구와 2구에 좋은 공 들어와도 위축돼 있어 배트가 안 나가더라. 상대가 A급 투수들인데 투스트라이크 이후 타자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선취점을 뽑았으면 잘 풀렸을텐데, 쫓아가는 입장이다 보니 경기가 어렵게 됐다. 너무 조심스러워 하고 부담감이 작용했지 않았나 한다. 상대 기량이 워낙 좋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우리는 최정상을 목표로 갔을 것"이라면서 "베이징땐 선발투수들이 정말 좋았고, 타자들도 짜임새가 좋았다. 선수들 모두 컨디션이 우연치 않게 좋았었고, 여러가지가 잘 맞아떨어져서 톱니바퀴 굴러가듯 잘 풀렸다. 이번엔 상대가 잘 풀렸고, 우리가 안 풀린 올림픽이었다"고 덧붙였다.
결국은 실력이다. 투지와 정신력은 그 다음 문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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