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패배'를 달가워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최하위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한화 이글스 선수단도 마찬가지. 리빌딩을 외치며 출발했지만 전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2021년이다. 올림픽 휴식기 동안 굵은 땀을 흘리며 반등을 노렸지만, 6경기 만에 간신히 승리를 따내며 다시금 현실의 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나온 좌완 불펜 김범수(26)의 5연속 삼진은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되기에 충분했다. 선발 투수 닉 킹험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그는 선두 타자 내야 안타를 허용한 뒤 5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후반기 첫 두 경기서 부진을 겪다 휴식을 거쳐 이틀 연속 홀드를 챙겼던 게 단순히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김범수는 "5타자 연속 삼진이나 3경기 연속 홀드 모두 처음인 것 같다"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김범수는 한화 불펜에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투수 150㎞의 빠른 직구, 140㎞를 넘나드는 슬라이더의 감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그러나 전반기 33경기 45⅓이닝을 던져 얻은 성적은 3승6패3홀드, 평균자책점 5.76이었다. 김범수는 "내가 못 던졌다. 감독님, 코치님은 계속 믿음을 보여주셨는데 계속 안 좋은 결과가 나오니 자신감이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돌아봤다.
휴식기 동안 한화 선수단은 반등의 다짐을 담은 손편지를 작성해 팬들에게 영상으로 공개한 바 있다. 김범수도 당시 '사랑합니다. 뭐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이겨내겠습니다'라는 절절한 메시지를 담은 손편지를 적었다.
김범수는 "잘하면 칭찬 받을 수 있지만, 못하면 질타를 받는 게 맞다. (전반기에) 워낙 못 했으니 팬들의 꾸짖음으로 (부진도) 풀리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후반기 초반 두 경기에서도 좋지 않았는데, 얻은 게 있어 아쉽게 생각하진 않았다. 아직 더 던져봐야 알겠지만, (두 경기서 얻은) 세트포지션의 느낌이 살아 있고, 변화구가 잘 들어가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적지 않은 연차가 쌓인 김범수도 이제는 '1차 지명 선수' 타이틀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김범수는 "매년 기대치에 못 미쳐서 더 질타를 받는 것 같다"며 "솔직히 이젠 경험을 쌓는데 만족하지 않고 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어린 선수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내가 보여줘야 할 것도 많고, 내 자리를 차지해 이끌어가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좋은 감을 유지하면서 후반기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범수는 전반기 막판 장발을 말끔히 정리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머리를 길러본 게 처음이라 미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은 이게 편하다. 해보니 편하고 머리도 빨리 마른다"고 미소를 지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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