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만만치 않은 길이라고 예상했다.
막상 다가온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9위에 7경기차 뒤진 꼴찌, 승률은 3할대 중반이다. 팀 OPS(출루율+장타율)도 7할에 미치지 못한다. 리빌딩 선언 후 첫 시즌에 나선 한화 이글스의 현주소다.
갈수록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초반 반짝하던 고꾸라진 타격은 물론, 그나마 힘을 보탰던 마운드마저 흔들리고 있다. 더그아웃엔 언제부턴가 침묵이 감도는 시간이 길어졌다. 의식적으로 서로를 격려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감추긴 역부족이다.
주축 선수들의 최근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전반기 타격을 이끌었던 정은원 하주석은 부진하고 노시환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수비 부담에도 2번 타순에서 역할을 해준 최재훈도 전반기만큼의 페이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마운드는 선발-불펜할 것 없이 숨이 턱턱 막히는 눈치다.
이런 모습은 최근 수 년간 후반기 한화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규시즌 3위 및 준플레이오프 진출 성과를 만든 2018시즌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한화가 하위권을 전전할 때마다 후반기에 어김없이 드러났던 풍경이었다. 상위권과 멀어지면서 처지는 동기부여, 패배와 자신감 하락의 악순환이었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후반기 화두를 묻자 "익숙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오랜 기간 우리 팀 성적이 좋지 못했다. 올해도 10위를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패배에 무던해지는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 경쟁심, 승부욕을 잃지 말고 성장하려는 욕구를 계속 보여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까지 돌아보면 선수 개개인의 기술적 성장 가능성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팀적으로 보면 승부욕과 끈질김, 투쟁심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며 "우리의 전력, 위치와 관계 없이 매 경기 승리한다는 각오 속에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베로 감독은 군 제대 후 청백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끝에 콜업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태연을 꼽으며 "승부욕과 경쟁심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던 선수"라고 했다.
결과는 프로에겐 자존심과 동의어다. 팀이 만들어내는 결과에서 개인이 책임을 회피할 수도 없는 법. 매년 반복되는 같은 모습을 인정한다면 결국 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의 말처럼 한화가 익숙함을 깨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아갈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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