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제구가 되는 '좌완 파이어볼러'는 이제 팀 승리를 지켜내는 '승리의 파랑새'가 됐다. 변화구의 중요성도 깨닫게 됐다. "이제 진정한 투수가 됐다"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호세 로사도 투수 코치의 칭찬은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의 자신감을 한껏 부풀린다.
김범수는 후반기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 중 한 명이다. 1패, 3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1.17. 지난 21일 잠실 두산전이 압권이었다. 3-0으로 앞선 8회 필승조 강재민이 추격점을 허용하고 흔들리자 1사 2, 3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텨냈다. 특히 2사 2, 3루 상황에서 김재환을 슬라이더로 잡고 포효하기도.
2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범수는 2년여 만의 세이브에 대해 "위기 상황이 와서 떨렸는데 최근에 페이스가 좋아서 내 볼만 던지자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후반기에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비결로는 '글러브 치기'를 꼽았다. 김범수는 최근 와인드업 과정에서 글러브를 두 번 정도 친 뒤 타자에게 공을 던지는 투구폼으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김범수는 "글러브 치는 것이 밸런스를 잘 잡아준다. 중심이 뒤에 남아있어서 팔이 잘 나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글러브 치는 건 많지 않았다. 2018년에 했었는데 밸런스가 맞지 않아 하지 않다가 올 시즌 야구가 너무 안되자 '뭐라고 해보자'는 생각으로 캐치볼 하면서 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 덧붙였다. 또 "조성환 코치님께서 '네가 올라가는 타이밍은 팀이 경기를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너 혼자 화를 내면서 무너지지 마라. 9명의 야수들이 너를 바라보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이날 "현존 마무리는 정우람이지만, 차기 마무리감은 김범수"라며 엄지를 세웠다. 김범수도 클로저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마무리 투수는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꿈의 보직이다. 그러나 내 뒤에는 우람 선배가 계신다. 우람 선배에 비하면 나는 신생아 수준이다. 우람 선배님을 통해 단계를 밟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면서 "우람 선배님께선 한국 왼손투수 중에서 가장 많은 이닝, 세이브 등 많은 것을 알고 있는 투수다. 특히 경기 운영 등 많은 것을 항상 물어보고 있는데 사람 몸이 다른지라 차근차근 물어보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가 안될 때는 주위의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김범수는 "로사도 투수 코치님께서 오셔서 '이젠 투수처럼 던진다'라고 칭찬하시더라. 이전에는 야구가 너무 안돼 누구의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는 조언들이 귀에 안들어왔다. 이젠 왜 코치님께서 귀가 따갑게 애기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며 웃었다.
김범수는 "직구로 삼진을 잡을 때는 내 직구를 알고도 못친다는 상쾌함이 있다. 변화구를 사용할 때는 삼진을 잡아야 하거나 내야땅볼을 유도해야 하는데 변화구를 던질 때는 '너는 끝났다'라는 생각을 한다. 최근 슬라이더가 자신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솔직히 변화구가 땅에 꽂히고 불안해서 변화구 사인이 나면 던져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전했다. 잠실=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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