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오카(일본)=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하늘의 아버지 생각하면서 죽을 만큼 달렸어요. 정말 죽을 만큼…."
대한민국 장애인 스포츠의 '철녀' 이도연(49·전북)이 도쿄패럴림픽 첫 레이스에서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후 눈물을 쏟았다.
이도연은 31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국제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도로사이클 여자 도로독주(스포츠등급 H4-5)에서 55분42초91로 결승선을 통과, 12명 중 10위를 기록했다.
이도연은 첫 도전이었던 리우패럴림픽에서 이종목 4위, 사이클 개인도로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평창패럴림픽에선 노르딕스키 전종목을 완주했다. 세상의 모든 레이스를 다 마친 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저 참 예쁘죠"라며 활짝 웃어보였던 '철녀'가 도쿄하늘 아래 처음 눈물을 보였다. "성적을 내야 하는데… 미안해요"를 연발하는 그녀의 고글 아래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미안함'뿐이었다.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왜 이거밖에 안됐나. 너무 죄송하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죽을 만큼 열심히 달렸으니까. 정말 죽을 만큼.'
이날 그녀는 일생일대의 난코스를 마주했다. 어깨가 부서져라 손 페달을 돌렸건만 숨돌릴 틈 없이 나타나는 오르막은 지독히도 가혹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후회없이 달렸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벅찬 코스였다"고 했다.
사점을 넘나든 혼신의 레이스, '철녀'의 진한 눈물은 후회나 아쉬움이 아니었다. 눈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녀는 "죽음의 의미를 알았기 때문에…. 달리면서 정말 죽음까지 갈 정도로 힘들었어요. 달리면서 아버지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아버지가 이 자전거 풀세트를 해주셨는데…"라며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도쿄패럴림픽 무대에서 그녀의 분신이 된 자전거는 평생 그녀 편이었던 든든한 후원자, 하늘나라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도쿄 메달을 기대하시다가 작년에 돌아가셨는데, 같이 있진 못하지만 아버지께 기쁨을 드리고 싶었어요"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만화 '달려라 하니' 아시죠. 엄마 생각하면서 힘껏 달리는…. 그 마음이 어떤 건지 알겠어요.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고, 아버지께 기쁨을 주고 싶단 마음… 저, 우리 아버지 보고 싶어서라도 더 열심히 달릴 거예요."
설유선(28), 유준(26), 유휘(24) 세 딸의 어머니기도 한 이도연은 이날 전북 무주 펜션에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친 딸들 이야기에 '엄마미소'가 돌아왔다. "우리 딸들, 저를 달리게 하는 힘이죠. 언제 어디에 있든 정말 사랑하고, 우리 딸들 응원 영상 보니까 내일은 정말 뭐라도 값진 것 하나 갖고 가고 싶어요. 우리 딸들 위해서라도… 물론 메달 못가져도 우리 딸들이니까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엄마로서 열심히 해서 뭔가 보여주고 싶어요."
부모님과 세 딸, 가족을 가슴에 품고 매순간 '죽을 만큼' 달리는 '철녀' 이도연의 불꽃 레이스는 계속된다. 이도연은 내달 1일 여자 개인도로(H1-4), 2일 혼성 단체전 계주(H1-5)에 도전한다. "정말 감사하게도 개인도로는 제가 좋아하는 코스예요. 자신감을 갖고 더 열심히 도전해 볼게요." 눈물을 닦아낸 그녀가 다시 씽씽, 손 페달을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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