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우리 쌍둥이들에게 걸어줄 은메달을 (김)영건이형에게 며칠 빌려야겠다."
'쌍둥이 아빠' 김정길(35·광주시청)이 도쿄패럴림픽 남자탁구 단체전 은메달 후 싱긋 웃으며 농담했다. 베테랑 김정길은 개인전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남녀 단체전에서 한솥밥 동료들과 함께 3회 연속 결승행을 이뤘다. '만리장성' 중국에 패하며 금메달을 놓쳤지만 값진 은메달에 감사를 전했다. 세 남자는 "수고했다" "고맙다"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김정길과 백영복(44·장수군장애인체육회), 김영건(37·광주시청)은 2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도쿄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체 결승(스포츠등급TT4-5)에서 중국의 차오닝닝-궈싱위안-장옌조에 매치스코어 0대2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영건-김정길조가 차오닝닝-궈싱위안조와 맞붙은 제1복식에선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졌다. 김정길은 제2단식에서 차오닝닝과 풀세트 접전을 펼쳤지만 2대3으로 지며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한국은 최근 2번의 패럴림픽 단체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1승1패로 팽팽했다. 2012년 런던대회 결승에서 중국에 1대3으로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으나, 리우대회에선 준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결승서 대만을 잡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꿈의 2연패를 눈앞에 두고 또다시 '숙적' 중국의 벽에 막혔다.
'단식 은메달리스트' 김영건은 "복식에서 연결 플레이는 우리가 훨씬 좋았는데 사소한 실수들이 나와서 졌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김영건-김정길조는 차오닝닝-궈싱위안조와의 복식에서 2패를 기록했다. 김정길은 "궈싱위안 선수가 왼손잡이인데 서브가 좋다. 평소 받아본 서브가 아니라 좀 당황했고, 몇 차례 실수했다"고 말했다.
비록 중국의 벽에 막혀 2연패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이 종목 개인-단체 결승 진출은 값지다. 김영건은 "개인, 단체전 모두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은메달 2개도 좋은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빨리 돌아가서 아내를 보고 싶다"고 했다. '맏형' 백영복은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집에 얼른 가서 어머니가 해주신 집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김정길은 "2012런던(은), 2016리우(금) 대회 단체전에서만 입상해 이번 대회에선 개인전 성적을 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단체전에서 졌지만 은메달을 따서 홀가분하다"며 웃었다. 김정길은 네 살배기 쌍둥이 아들을 두고 있다. 그는 "쌍둥이라서 금이든 은이든 메달 두 개를 따서 줘야 한다. 그래야 유치원에 갖고 가서 자랑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이번엔 단체전 하나 밖에 못 따서 며칠간 영건이형에게 메달을 좀 빌려야할 것 같다"고 했다. 개인·단체에서 은메달을 2개 딴 '에이스 삼촌' 김영건이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바보' 아빠로 돌아온 김정길이 외쳤다. "아빠, 빨리 집에 갈게. 공룡 보러 가자!"
한편 이날 중국 에이스다운 활약으로 '2점'을 잡아낸 차오닝닝(TT5)은 '런던패럴림픽 여자탁구 동메달리스트' 문성혜의 남편으로 화제를 모았다. 리우-도쿄대회 단식 2연패 달성 후 한국의 금메달을 막아선, 얄미운(?) '중국사위'는 "2012년 런던에선 우리가 이겼고, 2016년 리우에선 한국에 졌다. 이번에 다시 우리가 이겼는데 두 팀 사이에 친밀함이 쌓이는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아내와 2년 넘게 떨어져 훈련에만 몰두했다는 차오닝닝은 "아내가 아이를 돌보고 일도 하면서 나를 지지해줬다. 아내는 두 팀 모두를 응원했다. 나도 한국 선수들과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다"면서 "이제 대회가 끝났으니 가족을 볼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남자대표팀에 이어 여자대표팀 역시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서수연(35·광주시청), 이미규(33·울산시장애인체육회), 윤지유(21·성남시청)로 구성된 여자탁구대표팀(스포츠등급 TT1-3)은 2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탁구 여자단체 결승에서 중국의 리첸-류징-쉐쥐안에게 매치스코어 0대2로 패했다. '만리장성' 최강 중국에 막혀 여자탁구 사상 첫 금메달을 놓쳤지만 '2000년생 에이스' 윤지유가 세계 최강 중국을 상대로 팽팽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3년 후 파리 대회를 기대케 했다. 리우에서 동메달, 도쿄에서 은메달을 따낸 '에이스 삼총사'가 금메달 도전을 결의했다. 중국 국가가 쉼없이 울려퍼지는 도쿄의 탁구장에서 "파리에선 꼭 애국가를 울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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