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선발 투수의 불펜 등판 자원. 한 경기가 결과를 가를 수 있는 가을야구에선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정규시즌엔 드문 일이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카펜터는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구원 등판을 자처했다. 앞선 22경기서 모두 선발 등판했던 그가 왜 구원 등판에 나섰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이어졌다. 카펜터는 1이닝 동안 4타자를 상대로 삼진 2개로 무실점한 뒤 김종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그날 오전 퓨처스팀(2군)에서 고열 선수가 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2군에서 막 합류한 투수 장민재와 배동현이 1차전에 나서지 못하고 대기해야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비상 사태로 판단해 선수들과 대책을 고민했다. 카펜터가 좋은 결정을 해줬다"며 "올라간 김에 2이닝을 던지고 싶어 했는데, 경기 도중 고열 증세 선수의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2차전에 장민재를 내보낼 수 있으니 (카펜터를) 굳이 무리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1이닝만 던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16일 고척 키움전. 카펜터는 다시 마운드에 섰다. 기존 루틴과 다른 구원 등판 변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카펜터는 정상적인 몸상태다. 기존 (선발 투구) 방식대로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펜터는 이날 키움 타선을 6이닝 동안 1자책점(2실점)을 기록하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의 완벽한 피칭을 펼쳤다. 1-0으로 앞서던 3회말 야수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한 뒤 볼넷, 희생타로 동점을 내줬으나 흔들림 없이 투구를 이어갔다. 5회말 사구와 볼넷으로 2사 1, 2루 위기에 놓였으나 삼진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타선은 6회초 키움이 자랑하는 에이스 에릭 요키시를 상대로 잇달아 출루에 성공, 7득점 빅이닝을 연출하면서 카펜터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마지막 6회말. 카펜터는 1사후 또 야수 실책으로 출루를 허용한 뒤 내야 안타까지 나오면서 주자를 쌓아갔다. 박병호를 뜬공 처리한 카펜터는 김혜성에게 좌중간 적시타, 김주형에게 사구를 내주면서 2사 만루 추가 실점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마지막 타자 예진원을 2루수 직선타로 잡으면서 기어이 QS를 달성했다. 어려운 팀 상황에서 구원 등판을 자처했던 외국인 투수는 6회까지 108개의 공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내며 또 다시 헌신을 증명했다.
그러나 카펜터는 끝내 웃지 못했다. 8-2로 앞서던 8회말 구원 등판한 장시환의 3실점에 이어 9회말 마무리 정우람마저 무너지면서 동점이 됐다. 결과는 8대8 무승부, 카펜터는 QS 투구에 만족해야 했다.
고척=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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