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8년 만이다. KIA 타이거즈에 10승 선발투수가 사라진다.
KIA는 지난 2013년 김진우 양현종 소사가 나란히 9승씩 기록했지만, 10승을 달성했던 투수가 없었다. 이후 양현종이 꾸준히 10승 이상을 챙겼다. 특히 2016년과 2020년에는 3명의 10승 선발투수들이 탄생하기도.
올 시즌 KIA 투수진에서 개인 최다승은 5승이다. 그것도 선발투수가 아닌 마무리 투수인 정해영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남은 경기에서 이의리와 임기영이 경신할 가능성은 있지만, KIA의 선발 로테이션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비 시즌 동안 최대한 많은 자원을 선발조에 묶어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특히 미국으로 떠난 양현종의 빈 자리를 메워야 했던 1차 과제는 '육성'으로 가닥을 잡고 김현수 이의리 장민기 등 젊은 피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여기에 군 제대 이후 부활을 노리던 김유신과 장현식도 선발조에서 준비를 시켰다.
긍정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었다. 선발로 투구수 100개 이상을 던질 수 있게 되면 개막 이후 로테이션에 포함되지 않아 불펜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롱릴리프로 활용이 가능해진다. 선발이 조기에 무너질 경우 불펜 과부하를 막기 위해선 롱릴리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후 윌리엄스 감독은 두 명의 외국인 투수에다 사이드암 임기영과 지난해 대체선발 경험이 있는 '영건' 김현수 그리고 '루키' 이의리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원투펀치'를 담당해줘야 할 외인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7승을 챙긴 다니엘 멩덴과 지난해 에이스로 활약하다 가족들의 교통사고로 시즌 막판 짐을 싸고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애런 브룩스가 각각 지난 5월 중순과 6월 초 팔꿈치 굴곡근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러자 윌리엄스 감독은 이들이 돌아오기 전까지 대체선발을 가동했다. 선발조에서 준비하다 불펜으로 전환된 김유신을 비롯해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던 이민우와 차명진 최용준을 중용했다. 그러나 대체가 되지 않았다.
여기에 김현수가 시즌 첫 경기 이후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되면서 선발 로테이션이 일찍 붕괴돼 버렸다. 연쇄작용으로 불펜 과부하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투수들은 제구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명원 투수 코치가 야심차게 내세운 볼넷 100개 줄이기 프로젝트가 무위에 그쳤다. 늘어나는 볼넷에 한숨만 더해졌다.
그 와중에서 임기영과 이의리는 꿋꿋했다. 그나마 퀄리티 스타트급 투구로 완전히 전소해버릴 수 있었던 로테이션에 산소를 불어넣었다.
7월부터 선발 로테이션 밸런스가 회복되면서 '야구다운 야구'를 할 수 있었다. 8연승을 달린 힘이었다. 그러나 다시 밸런스는 하향세로 돌아섰다. 선발과 불펜의 불균형으로는 승리를 바라는 건 사치였다.
씁쓸한 건 꼴찌 한화도 올 시즌 10승 투수가 두 명이 된다는 점이다. 에이스 김민우와 외인 투수 킹험이 각각 11승과 10승을 팀에 배달했다. 김민우와 킹험이 마운드에 오르면 타선의 집중력도 살아나는 모습이다.
KIA의 불안요소는 내년 또 다시 선발 로테이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애매한 멩덴 자리에 새 얼굴이 채워질 가능성이 높고, 토종 세 자리 중에 한 자리가 비워져 있는 상태다. 선발 경험을 한 투수들은 많지만, 꾸준함을 보인 선수는 많지 않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했던가. KIA를 보면 그 격언이 생각난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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