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시원한 승리를 거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일부 한화 팬들은 25일 잠실 두산전 승리 뒤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유는 다양했다. 가장 먼저 거론된 것은 이날 아웃카운트 하나 때문에 승리를 놓친 좌완 신인 김기중(19)이었다. 이달 들어 4차례 등판에서 세 번이나 승리 투수 요건을 앞두고 마운드를 내려왔던 김기중을 수베로 감독이 또 조기 강판시키자 신인 투수의 자신감과 수베로 감독의 육성 방향성을 두고 목소리를 냈다. 전반기부터 필승조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김범수-강재민의 등판에 대해서도 '마운드 운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불펜 혹사'에 대한 의견을 내비치며 과연 수베로 감독의 리빌딩 방향성이 무엇인지에 물음표를 띄우기도 했다.
하지만 위험한 목소리도 더러 감지됐다. 최하위로 시즌을 마칠 것이 유력한 한화가 최근 승수를 쌓는 부분을 두고 '왜 지지 않느냐'는 목소리를 내는 것. 내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가 유력한 대형 신인 심준석을 데려오기 위해서라도 한화가 10위 자리를 굳혀야 한다는 것이다. 팬을 지칭한 일부 네티즌들은 한화가 승리할 때마다 수베로 감독의 개인 SNS에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고 이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자랑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는 2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2003년 베네수엘라 윈터리그 때부터 감독직을 맡았다. 그때엔 지금처럼 SNS나 채팅이 활성화되지 않아 경기 전후로 팬을 만나 엔트리 변동이나 팀 운영기조를 설명하거나, 매주 월요일 특정 시간에 채팅을 하기도 했다"며 "그때 알게 된 것은 팬들이 감독보다 팀을 사랑하고 소속감을 갖고 있지만, 감독보다 더 야구를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최근 DM으로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나를 비판하는 것 뿐만 아니라 '누구를 어떻게 쓰라', '그만두고 미국으로 돌아가라' 등의 내용도 있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관심에 고맙다고 답장을 쓰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져서 심준석을 데려와야 한다'는 메시지도 받았다"며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린다. 고의로 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우리가 전력을 다해서 팀과 상대했을 때 10등이 되서 1라운드 픽을 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 우리가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의도를 갖고 다른 운영을 한다는 것은 스포츠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라는 이야기는 받아들일 수도 없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 시간을 써서 DM을 보내는 팬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모든 일은 순리대로 해야 한다. 순리를 거스를 뜻은 없다"고 했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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