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군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 우스갯소리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역이라는 해방을 앞두고 행여 문제라도 생길까 잔뜩 몸을 사리는 시기라는 의미.
FA를 앞둔 삼성 박해민은 선수 개인적으로 '말년 병장' 같은 위치다.
하지만 행동은 반대다. 몸을 사리긴 커녕 완전치 않은 몸으로 자청해 돌아왔다. "대주자나 대수비라도 힘을 보태겠다"고 한다. 실제 복귀한 26일 대구 NC전에 대주자로 교체 출전해 중견수 수비까지 소화했다. 9회말 끝내기 상황에 대기 타석에도 서 있었다.
그는 올 시즌 종료 후 FA가 된다. 남은 시즌을 뛰지 않더라도 자격 요건을 이미 모두 갖췄다. 부상 직전까지 올시즌 등록일수 145일을 딱 채웠다.
그럼에도 '람보르미니' 박해민에게 안전주행은 없다. 주위 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 서둘러 돌아왔다.
"코칭스태프에서 너무 빠르다고 하셨는데 제가 할 수 있다고 어린 아이 처럼 졸라가지고 곤란하셨을 거에요. 제 고집을 못 꺾으신 것 같아요.(웃음)"
오른손 엄지 쪽 심한 인대손상으로 처한 수술 기로에서 본인의 의지로 재활 선택. '최소 한달'이란 의학적 소견을 무시하듯 절반을 뚝 잘라 2주만의 복귀. 모두를 놀라게 한 깜짝 사건이었다.
"그라운드로 빨리 돌아오고 싶다"는 불굴의 의지에 개인적인 사심은 단 1%도 없었다.
실제 이로울 게 없다.
괜히 무리하다 만에 하나 부상 부위가 악화될 경우 대박 계약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도루왕 타이틀도 물 건너갔다. 공동 1위를 달리던 김혜성(키움)이 2주 간 자리를 비운 사이 7개 차(40도루)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본인도 "혜성이가 너무 많이 뛰어놔서 도루왕 욕심은 없다"고 말한다.
스스로도 개인적인 이익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2주간 팀과 떨어져 있으니까 '그라운드에 있는 게 좋은 거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전력적으로 보탬이 될지 모르지만 빨리 섞여서 중요한 시기에 함께, 재미있게 야구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죠. 개인적인 고려는 없었어요. 이미 FA 일수는 다 채웠고, 포스트시즌에 맞춰서 와도 됐거든요. 저만 생각한다면 빨리 돌아올 이유가 없었어요."
박해민 사전에 몸 사리기란 없다. 충만한 의지로 돌아온 만큼 "똑같이 내 야구를 하겠다"고 공언한다.
"도루나 수비할 때 트라우마를 걱정하시는 팬분들도 계실텐데요. 저는 그런 건 없어요. 똑같이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할 거고, 다이빙 캐치를 시도할 거에요."
그라운드에 서면 열정적 플레이를 펼치는 박해민. 본인보다 주위의 시선이 조마조마 하다.
"제가 선택한거고 하겠다고 말씀 드린 거라 (문제 발생시)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 생각해요. 그런 걸 생각했다면 굳이 오려고 안 했겠죠. '오늘 등록했다'고 전화하니까 와이프도 안믿더라고요.(웃음) 걱정은 하는데 늘 제 의견을 존중해주니까요."
치열하게 오늘을 사는 삼성 라이온즈 캡틴 박해민. 26일 대구 NC전에서 9회말 끝내기안타로 1대0 승리를 이끈 베테랑 이원석은 이런 말을 했다.
"해민이가 완전치 않은 몸으로 합류해 '팀에 힘을 주고 싶다'고 하니 선수들이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진심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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