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지난 26일 열린 슈퍼매치 사전 기자회견장에서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슈퍼매치 데뷔전을 앞둔 안익수 FC서울 신임 감독이 박주영(36)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다.
이날 박주영은 엔트리에서 아예 빠졌다. '왜 빠졌는지?'. 굳이 박주영이 아닌 주전급 선수가 갑자기 빠졌어도 당연히 나올 질문이었다.
답변은 의외였다. 안 감독은 "특정 선수에 대해 말하는 것은 다른 선수에 대한 존중이 아니다"면서 "같은 생각으로 (경기에)임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그런 부분에서 주영이도 공감한다. 특수성을 보고 얘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모호한 답변에 '몸상태에 이상이 있느냐'는 추가 질문이 나오자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리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더이상 언급을 피했다.
합리적인 궁금증에 따른 질문이었고, 취재진이 대단한 답변을 기대한 것도 아니다. 감독들이 내밀한 속사정을 좀처럼 말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대부분 감독들이 그랬듯이 '체력 안배를 위해서', '준비된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등의 원론적인 답변을 하면 그만일 수 있었다.
박주영은 슈퍼매치 개인 최다득점(10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산역사'이자 서울의 간판이다. 수원 삼성의 '산역사' 염기훈(38·슈퍼매치 최다 도움 7개)이 출전하지 못했어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것과 대조가 됐다.
한데 안 감독의 이런 답변은 또다른 궁금증을 증폭시킬 우려가 컸다. '또다른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유는 3년 전 사례 때문이다. 박주영이 슈퍼매치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은 2018년 8월 15일 '광복절 슈퍼매치' 이후 처음이다.
당시 서울은 성적 부진 속에 황선홍 감독 사퇴 이후 이을용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그때 박주영은 7월 하순부터 장기간 K리그 명단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박주영의 결장 이유에 대해 몸상태 부족을 언급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박주영은 개인 SNS를 통해 '부상 때문에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며 보도 내용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런 3년 전 사례를 떠올리면, '이번에도 말 못할 사정이 발생한 것이냐'는 궁금증이 안 감독의 모호한 화법으로 인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구단 측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박주영과 동료 선수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말을 아끼다보니 표현이 모호해졌다는 것. 구단은 박주영에 대해 박진섭 전 감독 재임 때와 비교하자면 안 감독 부임 이후 오히려 중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은 박 전 감독 재임 동안 K리그 27경기 가운데 총 15경기(풀타임 2경기)에서 895분(평균 52분)을 뛰었다. 안 감독 부임 이후 4경기서는 2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교체되면서 평균 56분을 뛰었다.
특히 안 감독의 박주영 활용법에서 이른바 '퐁당퐁당'이 엿보인다. 노장 격인 박주영의 컨디션을 감안해 한 경기 걸러 출전하는 방식이다. 지난 22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출전했던 박주영에게 26일 슈퍼매치는 휴식 타이밍이라는 것.
일종의 '빅픽쳐'를 안 감독이 그리고 있다는 게 구단 설명의 요지다. 안 감독의 모호한 화법이 '빅픽쳐'를 감추기 위한 연막전술이라면 강등위기를 벗어나야 하는 서울엔 금상첨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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