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9명 중 8명. 롯데 자이언츠 토종 에이스 박세웅을 겨냥해 KIA 타이거즈가 배치한 좌타자의 수다. 보기드문 노림수는 안경에이스마저 흔들어놓았다.
KIA는 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⅔이닝 2실점으로 역투한 선발 윤중현을 앞세워 롯데에 3대2, 1점차 신승을 거뒀다.
윤중현은 박세웅과는 1995년생 동갑내기다. 하지만 두 선수가 딛고 선 위치, 선발진의 무게감은 천지 차이다. 박세웅은 경북고 에이스부터 프로무대까지,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활약해왔다.
반면 윤중현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2018년 2차 9라운드(전체 86번)이란 낮은 순번에 KIA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첫해에는 퓨처스에서만 뛰었고,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수행했다. 제대 후 지난 5월 1군에 콜업된 게 데뷔 이래 첫 경험이었다.
윤중현은 9월 들어 KIA 선발진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날까지 7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2.67. 멩덴(4.50)이나 임기영(5.57)보다 훨씬 좋은 수치다. 무릎 높이에서 노는 정교한 제구와 타자의 착각을 유발하는 터널링 피칭이 인상적이다.
롯데는 전날까지 최근 6경기 5승1무로 거침없이 달렸다. 투타 모두 좋은 컨디션이 돋보였다. 래리 서튼 감독이 "딱히 걱정되는 게 없다"고 말했을 정도. 전날 KIA를 상대로 장단 17안타를 퍼부으며 13득점을 따낸 분위기도 돋보였다. 반면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유종의미'를 강조했다. 가을야구와 너무 멀어진 이상, 아무래도 한발 뒤로 물러난 듯한 텐션이다. 3회 이대호의 내야땅볼로 롯데가 무난히 1점을 선취했을 때만 해도 롯데의 우세가 점쳐졌다.
하지만 윤중현은 매이닝 위기를 맞이하면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롯데 타자들이 제풀에 흔들렸다. 여기에 힘을 얻은 KIA는 4회초 최형우 류지혁의 연속 안타에 이어 박정우의 적시타가 터지며 승부를 뒤집었다. 박정우에겐 데뷔 첫 만루 타석이었다. 때마침 나온 롯데 손아섭의 실책도 결정적이었다. 잘 던지던 박세웅은 뜻밖의 타자에게 역전을 허용한 셈이다.
반전은 끝나지 않았다. 5회에는 유민상의 시즌 1호 솔로포가 터졌다. 박세웅은 롯데 에이스지만, 올시즌 홈런 허용 2위(20개) 투수이기도 하다.
롯데는 매회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까지 진출시켰지만, 낮게 제구되는 윤중훈의 공을 상대로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리지 못했다. 이대호와 정훈의 내야 땅볼로 가까스로 2점을 내는데 그쳤다.
반면 윤중훈이 5⅔이닝을 버텨주고, 6회 위기를 홍상삼이 넘긴 KIA는 홀가분해졌다. 7회 돌아온 전상현을 시작으로 8회 장현식, 9회 정해영이 잇따라 마운드에 올라 롯데 타선을 틀어막고 승리를 지켰다. KIA는 9회 최영환을 상대로 최형우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가을야구를 향해 기세좋던 행진하던 롯데의 걸음은 허무하게 끝났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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