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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자초한 실수 3번' 두산, 대기록 미란다 격분시킨 하루 2패 '눈물'[잠실승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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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쉽게 지지 않는다. 기본기가 좋고 잔실수가 없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 6회.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우승 3회에 빛나는 두산 베어스의 팀 컬러다. '허슬 두'라는 별칭처럼 열정이 넘치지만, 승리를 따낼줄 아는 팀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날도 있는 법이다. 두산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하루 2패를 당했다. 롯데 타선의 파괴력 못지 않은 스스로의 실수에 발목잡힌 하루였다.

6월 27일 우천 중단됐던 경기를 이어간 서스펜디드게임에선 7대6으로 패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은데다 끝까지 따라붙는 '두산다운' 근성이 돋보였다. 2-3으로 뒤진 7회 안치홍에게 허용한 2타점 적시타, 4-5로 뒤진 9회초 정 훈과 안치홍의 연속 2루타는 두산에겐 불운한 빗맞은 안타였다.

그래도 끝까지 따라붙었다. 7회에는 박건우가 3루타로 출루한 뒤 상대 폭투 때 홈을 밟았다. 8회초에는 마차도의 적시타 때 홈으로 파고들던 김민수를 정수빈이 완벽한 홈송구로 잡아냈다.

8회말에는 후반기 최고의 불펜 최준용을 상대로 김인태의 적시타로 1점을 추가했다. 김민수 한동희의 호수비에 가로막혀 더 따라붙진 못했지만, 롯데 선수들의 등골이 서늘할만한 추격이었다. 3점차로 벌어진 9회말 역시 김원중을 맹폭하며 2점을 추가했지만, 마지막 순간 아쉽게 패한 경기였다.

그런데 시즌 말미, 너무 긴 경기 시간에 지쳤던 걸까. 본 경기에선 달랐다.

선발 미란다는 6회까지 8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고비 때마다 특유의 압도적인 직구로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롯데 공격을 끊어냈다. 두산 구단 역사상 첫 단일시즌 200삼진,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QS·6이닝 3자책점 이하) 구단 및 외국인 선수 타이 기록(17경기)의 금자탑도 세웠다.

하지만 승부처마다 뜻하지 않은 실수가 거듭되며 패배를 자초했다. 미란다가 보기드물게 역정을 터뜨리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을 정도다.

먼저 6회초 수비다. 5회까지 미란다의 투구수는 89개. 6회까지만 던질 가능성이 높았다.

선두타자 전준우가 안타로 출루했지만, 안치홍과 정훈을 연속 삼진 처리했다. 한동희에겐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완벽한 2루타를 허용했지만, 1루 주자가 홈까지 들어오기엔 무리였다.

그런데 우익수 박건우의 송구가 다소 짧았고, 원바운드된 공을 박계범이 뒤로 흘리면서 틈이 생겼다. 공은 그대로 수비수가 커버할 수 없는 공간으로 흘렀고, 전준우가 홈을 밟았다. 미란다가 큰 소리를 내지르며 격분하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6회말 공격에서 정수빈의 2루타에 이은 페르난데스의 적시타로 단숨에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박건우의 안타로 무사 1,2루. 그리고 김재환의 중견수 뜬공 때 대주자 조수행이 3루로 태그업한 까진 좋았다.

그런데 롯데 유격수 마차도가 커트를 하려다 공을 떨어뜨린 순간, 박건우가 무리하게 2루까지 내달리다 아웃됐다. 한동희의 재빠른 커버가 돋보였다. 1사 2,3루가 될 상황이 2사 3루로 변모했고, 양석환이 3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역전에 실패했다.

분위기가 바뀌었고, 7회초 이대호의 결승포가 터졌다.

아직은 1점차. 충분히 따라잡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8회초 시작과 함께 또한번의 실책을 저질렀다. 타자 정훈의 평범한 3루 땅볼을 허경민이 더듬으면서 놓친 것.

살아나간 정훈 대신 대주자 장두성이 투입됐고, 장두성은 다음 타자 한동희의 삼진 때 2루를 훔친 뒤 대타 안중열의 적시타 때 홈까지 밟았다. 흐름을 놓친 두산은 이후 신용수의 볼넷에 이어 마차도와 손아섭에게 잇따라 적시타를 내주며 1-6까지 뒤졌고, 승부는 그렇게 끝나버렸다. 8회말 조수행의 솔로포가 터졌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롯데는 손아섭과 전준우, 한동희의 호수비가 잇따라 터져나오며 승리를 놓치지 않았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롯데가 참 야구를 잘하는 팀이 됐다. 마치 예전의 두산처럼"이라며 감탄했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