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부산, 내 연기의 모든 자양분이 있는 곳이죠."
6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비프힐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인 조진웅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올해의 배우상은 뉴 커런츠와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한국 장편독립영화의 새로운 배우들을 주목하기 위한 상으로 최고의 남, 여 배우 1명씩 선정해 폐막식에서 각각 5백만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상금은 부산국제영화제 후원회에서 후원한다.
매년 한국을 대표하는 남, 여 배우 각 1인이 심사위원으로 나서는데 올해는 엄정화와 조진웅이 그 역할을 맡게 됐다. 간담회를 가진 조진웅은 다수의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시작으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를 통해 충무로에 데뷔, 이후 강렬한 악역 연기를 선보인 '끝까지 간다'(2014), 천만영화 '명량'(2014)과 '암살'(2015), 황금촬영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블랙머니'(2019) 등의 작품을 통해 최고의 배우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대외비'와 '경관의 피' 두 작품의 개봉도 앞두고 있어 계속해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이날 조진웅은 "어제 오랜만에 개막식에 참석하게 됐는데 관객분들이 이렇게 있는지 몰랐다. 요새 영화제들이 다 비대면이라서 관객분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관객분들이 참석을 한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제 연기의 모든 자양분이 있는 곳이 부산인데 이곳에서 관객분들을 만나봬니 울컥했다. 내가 관객들을 만나려고 열심히 하는거지 싶더라. 코로나가 시작이 되고 나서 참 쓸데 없는 생각을 많이 했구나 싶더라. 개막식 레드카펫을 하면서 제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며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상 개최를 기뻐하는 마음을 전하며 간담회를 시작했다.
펜데믹 상황에서도 어렵게 열리는 영화제이니 만큼 이번 영화제 참석 자체가 더 감동적이라는 조진웅. "부산국제영화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영화제고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 돋움하고 있지 않나. 그리고 대한민국 콘텐츠의 힘이 난리가 났지 않나. 그건 그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노고도 있지만, 지금까지 이어온 많은 선배님들의 피와 땀이 일궈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코로나가 창궐했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제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뻤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감동을 느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라는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로 인해 영화인으로서 어려움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그는 "모두들 아시겠지만 제가 그동안 정말 소처럼 일했다. 그런데 일년반 동안 작업을 안했다. 작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펜데믹 영향이다. 펜데믹으로 인해 제작 현장이 정말 힘들어졌다"라며 "11월 1일 들어가는 작품이 있는데 2~3주 극장 개봉 이후에 스트리밍을 조건으로 투자를 받게 됐다. 그래서 작업이 열악하고 힘들어졌는데, 오히려 이런 시기에 투자가 되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기대감이 크다"고 생각을 전했다.조진웅은 코로나로 인한 매체 환경의 변화, 특히 관객의 관심이 극장에서 OTT로 넘어가는 현상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제가 모 프로그램에서 '에프터 코로나'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내레이터로 참여했다. 그 다큐에서 '이제 코로나 이전의 삶은 없다'고 하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당연히 OTT로 넘어가는 시기였고 코로나로 인해 그 시기가 당겨진 것 같다. OTT 시장의 성장을 모두 의식하고 있었다. 관객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건 배우들의 몫이기 때문에 그런 매체 환경의 본질에 대한 위기감은 없다. 다만 주어진 작업을 열심히 만들자는 생각 뿐이다. 저 또한 OTT 작품을 개발하고 준비 중이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는게 아니라 따려는 능동적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라며 "그런데 아직 '오징어게임'은 못봤는데 'D.P'는 재미있게 봤다"고 전했다.
이어서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시기에 오히려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제야 알아보는 거야? 우리는 매년 보고 확인하고 있었는데!'라는 마음이다"며 웃었다. 이어 "영화 '기생충'이 최근에 정말 큰 업적을 남기지 않았냐. 영화상 시상식을 보면서 혼자 쾌재를 부르면서 펄쩍펄쩍 뛰었던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도 할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오징어 게임', 'D.P', '킹덤'도 마찬가지다. 이런 콘텐츠의 힘이 남달라진 것 같아 굉장히 고무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같은 꿈나무에게는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조진웅은 올해의 배우상 심사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심사의 기준에 대해 묻자 "다른 기준은 없지만, 우리 선배들의 해왔던 발자취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심사숙고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심사위원으로서의 무게감은 있지만 영화를 즐기는 관객의 입장이 되야 할 것 같다. 사실 다른 영화 평가할 때가 가장 재미있지 않나. 하나의 관객으로서 즐길 생각이다"라며 "배우들이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진심은 제가 체크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단편영화 '력사'의 메가폰을 직접 잡아 배우 뿐 아니라 감독 데뷔도 앞둔 조진웅은 이에 대해 묻자 "카메라 앞에서 서다가 카메라 뒤에서 스태프의 동선을 처음 보게 됐다. 두달 정도 찍었는데, 그 동선을 확인하며 매일 밤 숙소에서 울었다. 스태프들의 동선을 보고 나니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연출을) 한번 해보길 정말 잘했구나 싶기도 하더라"고 전했다.
지난 8월 역사적인 봉오동·청산리 대첩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유해 송환에 참여하기도 했던 조진웅. 유해 송환의 과정과 소감에 대해 묻자 "홍범도기념사업회에서 같이 갈 수 있겠느냐고 물어오셨고 저로서는 아주 영광스러운 일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시다가 외국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신 그 분의 유해를 송환하는데 함께 하는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건 인간이 가진 깜냥의 문제는 아니것 같다. 이건 인간이라면 해야 할 일이었다.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와 고려인분들에게도 모두 정말 감사했다. 그저 늦어서 죄송한 마음이 컸다. 이게 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일인가 생각해봤을 때, '이제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나라이다'라는 걸 느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더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 개막해 열흘간의 축제를 마친 후 15일 폐막한다. 70개국에서 출품한 223편의 작품(장편·단편)이 6개 극장 29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