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인천 유나이티드의 캡틴' 김도혁(29)은 약속을 지켰다.
김도혁에게 30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진 FC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34라운드는 복잡미묘한 경기였다. 1년 전 기억 때문이다. 인천은 지난해 10월31일 서울과 최종전을 치렀다. 결과는 1대0 승리. 줄곧 최하위였던 인천은 이날 승리로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하루 전날 서울의 수비수 김남춘이 사망하며, 애도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엄숙한 분위기 속 진행되는 경기는 인천의 승리로 마무리됐고, 사건은 경기 후 벌어졌다. 인천의 일부팬이 '원정팬 출입금지'라는 방역지침을 어기고 경기장을 찾아 잔류의 기쁨을 표출한데 이어, 김도혁이 본부석을 향해 두 손을 올려 박수를 치는 장면이 목격됐다. '인천팬들의 호응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며 뿔난 서울팬들은 김도혁을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의 메시지를 남긴 김도혁은 다음 날 스포츠조선 축구 전문 유튜브 채널 '볼만찬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극적으로 잔류를 했지만 마음의 죄를 지은 것 같아서 제대로 쉬지 못했다. 경기 후 조문을 다녀왔다. 성숙하지 못해 많은 팬들에게 상처를 드렸다"며 "지금 당장 서울팬들을 만나서 사과 드리고 싶은데, 시즌 마지막이라 기회가 없다. 내년 경기장에서 만나게 되면 얼굴을 뵙고 인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며, 사과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스플릿이 된 후에야 관중 입장이 허용되며 기회가 생겼다. 운명의 장난인지, 지난해와 비슷한 시기에, 파이널B 첫 경기로 경인더비가 열렸다.
인천 관계자에 따르면 김도혁은 서울전 대진이 확정되고 몇일간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며 이번 경기를 준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김도혁의 200경기 출전 기념식까지 있었다. 인천 원클럽맨으로 활약해온만큼 뜻깊은 날이었지만, 웃지 못했다. 경기를 앞두고 워밍업을 마친 김도혁은 모두가 라커룸으로 들어간 그때, 서울 응원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유가 이어졌지만, 김도혁은 원정석 앞까지 걸어간 뒤 90도로 사죄의 인사를 전했다. 몇몇 팬들은 김도혁의 진정성 있는 사과에 박수를 보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도혁은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에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송시우는 "고 김남춘 선수 1주년이었기에 도혁이형이 감독님께 골 넣고 세리머니를 하지 말자고 이야기를 전했다. 모든 선수들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 서울 팬분들 뿐만 아니라 모든 축구 팬들에게 당연한 일이었다"고 했다. 송시우는 실제 이날 후반 21분 결승골을 터뜨리고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을 넣은 김 현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는 인천의 2대0 승리로 마무리됐다. 용기를 내 사과 약속을 지킨 김도혁은 1년 간 자신을 괴롭힌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털 수 있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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