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너무 행복하다. 우승했는데 왜 우나 생각했었는데, 나도 절로 눈물이 쏟아지더라."
지난해 11월, 안영명(37)은 정든 한화 이글스와 이별했다. 그리고 이강철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북일고 출신인 안영명에겐 말 그대로 제 2의 인생,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리고 1년. KT는 지난달 31일 정규시즌 우승을 품에 안았다. 안영명에겐 2003년 프로 입문 이래 19시즌만에 첫 우승의 감격. 전 팀동료 제라드 호잉과 함께 해서 더 특별한 순간이었다.
KT 구단은 우승 직후 선수들에게 이틀간 휴가를 줬다. 우승 다음날, 모처럼 아들과 함께 놀이공원 나들이에 나선 안영명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지인이라봐야 한화, 그리고 어린시절 천안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축하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올시즌 만족스러운 성적을 내진 못했다. 35경기 35⅓이닝을 소화하며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4.08. 어깨부상으로 이탈했던 2016년을 제외하면, 2005년 이후 가장 적은 이닝이다. 5월까진 필승조에 준하는 위치로 중용됐지만, 부진으로 2군에 다녀온 뒤론 간간히 추격조 역할을 수행했다.
"시즌초 좋았던 페이스를 잘 유지했어야하는데…한템포 쉬었다 오니까 내 자리가 없더라. 정말 선수층이 두텁구나, 강팀이란 게 이런 거구나 느꼈다."
그래도 시즌 막판 칼바람에서 살아남았다. 엔트리 한자리를 맡길 실력, 그리고 투수 최고참이자 젊은 선수들의 멘토로서 공헌도를 인정받은 셈이다. 안영명은 "젊은 선수들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다. 정말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다. 매사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조심했다"고 설명했다.
"고영표(30)나 김재윤(31)이 나한테 조언을 청할 때 정말 놀랐다. '이제 서른 지나는데 형은 어떠셨는지 궁금하다'고 하더라. 진심이 느껴졌다. '보직에서 밀려났을 땐 어떻게 해야하냐'고 묻는 선수도 있었다. 나를 불편해하지 않고 이렇게 물어보는게 고맙다. 그럴수록 내가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강철 리더십'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안영명은 "팀워크라는 게 뭔지 보여주는 팀이다. KT 선수들은 감독님을 믿고 뛴다"고 표현했다.
"고참이라고 다 잘하는 건 아니지 않나. 성적이 안 좋을 수도 있고. 그런데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주신다. 감독님을 향한 신뢰가 정말 엄청나다. 선수들이 '감독님을 위해 뛴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공교롭게도 한화 시절 함께 뛰었던 호잉이 후반기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했다. 이강철 감독은 "수비와 주루만 잘해주면 된다"고 했지만, 호잉의 성적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게 사실. 타율 2할3푼9리 11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730에 그쳤다. 지난해 한화에서 방출된 이후 1년만에 돌아온 한국에서의 재차 부진. 마음 고생이 심했을수밖에 없다. 안영명처럼 호잉도 프로 데뷔 이후 첫 우승의 감격이었다.
"오랫동안 함께 고생한 사이다. 비록 팀은 바뀌었지만, 같이 우승 사진 찍으니 정말 좋았다. 마음 고생이 많았을 거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강백호한테 타격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걸 봤다. 진심으로 우승을 열망하는 선수다."
KT는 3일부터 다시 훈련을 재개한다. 지난해 창단 이래 첫 가을야구를 이뤄냈고, 올해는 창단 후 첫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다음 목표는 한국시리즈다. 안영명은 "KT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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