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욕심내지 마라. 등뒤의 수비수를 믿어라. 머리 위로 빠뜨리지만 마라."
배구는 선수 생활이 짧은 스포츠다. 수직 점프가 많아 무릎에 무리가 가고, 어깨부터 손가락까지 일상화된 충격이 무리를 준다.
선수로 20시즌 동안 활약한 KB손해보험 후인정 감독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다. 전성기에는 현대캐피탈의 에이스로서 '무적함대' 삼성화재의 대항마였고, 선수 말년엔 센터로 전향해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갔다.
KB손보는 3일 '디펜딩챔피언' 대한항공 점보스와의 경기에서 트리플 크라운 포함 31득점을 올린 케이타의 활약을 앞세워 세트스코어 3대1 승리를 거뒀다. 최근 3연패를 탈출한 귀중한 승리다.
케이타-김정호의 공격력에 비해 KB손보의 블로킹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편이다. 센터진은 물론 측면 공격수인 김정호나 홍상혁 역시 블로킹이 장점인 선수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디펜딩챔피언' 대한항공을 격침시킨 건 고비 때마다 터진 블로킹이었다. 케이타(4개) 외에도 홍상혁(4개) 김홍정(3개) 황택의(2개)가 고비 때마다 상대 공격을 가로막으며 흐름을 끊고 승기를 잡았다.
경기 후 만난 후인정 KB손보 감독은 "제대로 잡은 블로킹이 나왔을 때 승리를 예감했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블로커들의 활약을 이끌어낸 비법을 소개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블로킹 위에서 때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팔 사이, 머리 위로 빠지는 건 줄이라고 했다. 옆으로 빠지는 건 수비가 예측하고 잡을 수 있다. 욕심부리느라 팔을 벌리다 머리 위로 빠지면 거긴 수비수가 없다. 최대한 팔을 좁혀 잡는데 집중하라고 했다."
후 감독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정민수가 합류한 덕분에 수비도 더 안정됐다. 우리 팀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점점 좋아질 팀"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올시즌 첫 두자릿수 득점(12점)을 올린 김정호에 대해서는 "사실 몇게임 쉬면서 리듬을 찾자고까지 얘기했는데, 본인이 뛰겠다고 하더니 생각보다 더 잘해줬다"며 웃었다.
여기에 강서브도 제대로 통했다. 후 감독은 "대한항공 플레이는 우리나라 남자배구에서 제일 빠르다. 그걸 잡으려면 서브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서브가 제대로 들어가고, 사이드 블로커가 자리만 잘 지켜주면 잡을 수 있다. 작전대로 잘 맞아떨어져 대한항공을 잡을 수 있었다."
의정부=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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