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2021시즌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를 딱 하나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10월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1위 결정전이었을 것이다.
삼성 원태인과 KT 윌리엄 쿠에바스의 선발 맞대결은 매 이닝손에 땀을 쥐게 했고, 결과는 강백호의 안타가 결승타가 되며 1대0으로 KT가 승리,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쿠에바스는 108개의 공을 던진 뒤 이틀만 쉬고 삼성전에 올라 또 99개의 공을 뿌렸다. 그런데 7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맞고 8탈삼진 무실점의 놀라운 피칭을 보여줬다. 현대 야구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요즘 고교 야구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이 탄생했다.
쿠에바스는 올시즌 한국을 찾은 아버지가 코로나19에 확진돼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당시 보여준 KT 구단과 선수단의 배려에 그는 "구단을 위해 1000%를 다해 헌신하겠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그 1000%의 힘을 1위 결정전에 쏟아부었다.
그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자신있었다. 9일 서산구장에서 만난 쿠에바스는 1000% 발언에 대해 묻자 "이미 한번 보시지 않았냐"며 웃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또 보여드리겠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쿠에바스의 구위는 모두가 인정한다. 다만 들쭉날쭉한 것이 문제. 자신의 패턴을 고집하다가 오히려 상대 타자에게 당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3년째 KT는 쿠에바스와 함께 하고 있다. 그 무서운 구위가 중요한 순간 발현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 벌인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등판한 쿠에바스는 2패로 벼랑끝에 몰린 팀을 구해냈다. 8이닝 3안타 1실점의 완벽투였다.
쿠에바스는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이유를 묻자 "미국에서 끝에 잘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내가 갈수록 좋아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가장 좋다"라며 후반기에 강한 이유를 설명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쿠에바스가 마운드 위에서 좀 더 냉정하게 피칭하기를 바랐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냉정한 쿠에바스는 페드로 마르티네스처럼 던진다'고 하더라"면서 "마운드에서 흥분할 때와 아닐 때의 차이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쿠에바스에게 해주자 쿠에바스는 대뜸 "진짜 페드로에게서 커터를 배웠다"라고 했다. 2016년 보스턴 시절 마르티네스를 만나 1대1로 커터를 배웠다고. 쿠에바스는 "내가 우상으로 생각한 페드로에게서 직접 배운 커터지만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해서 던진다"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오로지 승리만을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든 무조건 승리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승리를 팬들과 함께 하길 바라고 있다. 쿠에바스는 "대구에서 잘던질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팬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야구가 재미있는 첫번째 이유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팬들 앞에서 던질 때 희열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서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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