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프로 데뷔 17년 만의 첫 자유, 과연 어떤 느낌일까.
베테랑 투수 신재웅(39)은 "세 아들과 부대끼느라 정신이 없다"고 껄껄 웃었다. 그는 "큰 아들 등하교, 둘째-셋째 아들과 놀다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보통 일이 아니다. 아내에게 '고생했다'는 말도 감히 건네기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신재웅은 정규시즌 이튿날 SSG 랜더스와 결별했다. 올 시즌 성적은 8경기 8⅓이닝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32. 전반기 막판이 돼서야 기회를 받았고, 후반기에선 9월 중순, 10월 초 두 차례 1군 무대에 선 게 전부였다. 마지막 1군 콜업이었던 10월 3일 인천 KT전(⅔이닝 무안타 1볼넷 무실점), 6일 잠실 LG전(2이닝 1안타 5탈삼진 무실점)에서 호투를 펼쳤으나,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신재웅은 "제주도 스프링캠프가 아닌 강원도(퓨처스 캠프)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추운 날씨 속에 몸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렸다. 차근차근 2군에서 몸을 만들어가려 했다"며 "첫 콜업 직후 리그 일정이 중단됐고, 후반기 출발과 동시에 퓨처스(2군)팀으로 내려갔다.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아쉬움도 남았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했다"고 돌아봤다. 10월 호투를 두고도 "LG전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니 동료들이 농담 삼아 '제2의 전성기'라고 해주더라. 구위-제구 모두 완벽했고 느낌도 좋아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려 했는데 다시 퓨처스행 통보를 받았다. '팀과 작별할 시간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1군 마지막 등판에서 신재웅이 기록한 직구 최고 구속은 149㎞. 마흔 줄의 좌완 투수라곤 믿기지 않는 구위를 뽐냈다.
비결이 있었다. 신재웅은 "퓨처스팀에서 투구 폼이나 힘을 전달하는 요령, 방식을 바꿔 나름의 실험을 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나는 투구 때 몸에 부담이 쌓이는 스타일이었는데, 변화를 준 뒤 좋은 퍼포먼스가 나왔다. 전체적인 투구 느낌도 좋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선수 입장에서 생각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을 갈고 닦는 것도 선수의 자세다. 변화를 통해 좋은 결과와 새로운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2005년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신재웅은 이듬해 두산에서 어깨 부상으로 방출된 후 공익근무요원을 거쳐 친정팀 LG에서 부활 찬가를 불렀다. 2015년 SK 와이번스(현 SSG)로 트레이드된 후 불펜 기둥 역할을 했고, 2018년 16세이브를 거두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하기도 했다. 한 번 경험했던 홀로서기와 풍부한 경험은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 신재웅은 "주변에선 나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철저히 준비하고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면 결국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찰나의 휴식도 저물어가고 있다. 신재웅은 새 시즌을 위해 곧 부산으로 내려가 몸 만들기에 돌입한다. 신재웅은 "경쟁을 피할 생각은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여전히 더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자신감도 갖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기회를 주는 팀이 있다면 그 이상의 책임감을 갖고 내 역할을 해낼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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