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알겠습니다'하고 따라와준 얘들아, 너무 고마워."
이성광 선생님은 마지막 '체육쌤'이다. 내년에 문을 닫는 부산덕천여자중학교, 그 곳에서 아이들과 19년을 함께 했다. "덕천여자중학교는 올해 28회 졸업생이 마지막입니다. 29회 졸업생은 없습니다."
전교생 37명. 폐교를 앞두고 제자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학교스포츠클럽 축전에 나가볼래?" 모두 동의했다. 준비하고, 연습하면서 서로를 더 알아갔다. 같이 하는 체육시간은 아이들에게 소통의 시간, 나눔의 시간, 우정의 시간, 성장의 시간이었다. (백)민경이는 "다 같이 하는 거니까. 폐교된다는 것보다 추억을 쌓아간다는 생각으로 하니까 좋아요"라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소중했는지 (허)희정이는 "고등학교에서 볼 수 있으면 보자"란다.
27일, 줌 속의 아이들은 즐거웠다. 전국의 친구들과 실력을 겨루며, 추억을 차곡차곡 쌓았다. '2021년 비대면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축전(주최 교육부, 주관 시도교육청 학교체육진흥회)'은 덕천여중, 그리고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함께 하는 추억',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란 큰 선물을 했다. 코로나19 탓에 위축된 학교체육에 새로운 장을 열어준 무대였
다.
비대면 학교스포츠클럽 축전은 아이들을 위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는 체육시간. 서울시교육청에서 휴대폰 영상과 플랫폼에서 답을 찾았다. 줄넘기 등을 하면서 제출한 영상을 한 무대에 모았다. 호응이 좋았다. 올해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난 11월 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시도별 예선에 총 2만9000여명이 참여했다. 행사 운영을 진두지휘한 박연주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올해는 혼자 뿐 아니라 둘이 할 수 있는 종목도 개발해서 폭을 넓혔다"며 "무엇보다 운동을 잘 하지 못해 소외됐던 학생들이 함께 하면서 동기부여와 함께 자신감을 갖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했다. 행사를 함께 준비한 학교체육진흥회 이민표 사무처장은 "호응이 좋아 내년에는 해외 학생들도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덕천여중을 포함, 예선을 거친 각시도 대표 870여 학생들이 이날 줌 속으로 모였다. 서울의 광신방송예술고등학교에 대회 운영 스튜디오가 차려졌다. 저글링, 축구, 줄넘기, 제기차기, 배드민턴 등 16개 종목 현장 중계를 위해 4개의 방송실이 운영됐다. 아나운서, PD 등 모든 진행은 선생님들이 맡았다. 아이들은 각 종목에 출전, 휴대폰 등의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기량을 뽐냈다. 박 장학사는 "이틀 동안 사전 예행연습을 하며 철저히 준비했다"고 귀뜸했다. 한쪽에서는 화면연결이 되지 않은 학교에 급히 연락을 취하는 '소통담당 선생님'의 손길이 바삐 움직였다.
행사 격려를 위해 교육부 정종철 차관도 현장을 찾았다. 정 차관은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어울릴 수 있고 건강, 체력,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응원했다. 이어 제기차기 종목에도 참여, 조금은 녹슨(?) 실력을 과시했다. 모든 영상은 유튜브 교육부TV를 통해 생중계 됐다. 영상을 지켜보던 친구들은 열띤 응원의 댓글도 올려줬다.
비대면, 학교스포츠, 축전 이 모든 것이 모이니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더 큰 체육축제의 무대가 펼쳐졌다. 우리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자신감도 또 한뼘 커졌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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