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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가 되기 전까지 그렇게나 살가웠던 한국전력과 OK금융그룹 선수들. 승부에선 그야말로 끝장을 봤다.
한국전력이 9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2시간 35분 풀세트 혈투 끝에 승리했다. 한국전력이 파죽의 3연승을 달리며 하루 만에 1위 자리에 복귀한 반면, 상위권 진입을 노리던 OK 저축은행은 통한의 역전패로 4위에 머물러야 했다.
경기 전 양 팀 선수들의 모습이 마치 한 팀 같았다. 보는 족족 악수하고 포옹하고, 어깨와 허리도 주물러주며 서로의 친목을 도모하는 모습이 훈훈했다. 상대방과 몸싸움 없는 배구의 특성상 서로 부딪히며 감정 상할 일이 없다. 승부욕을 잠시 내려놓은 친구, 형, 동생들이 코트 곳곳에 모여 가족이 되는 모습은 사실 일상적인 V리그의 풍경이다. 그렇긴 해도 한국전력과 OK 사이는 조금 더 뜨거웠다.
오후 7시, 경기가 시작되자 승부사의 본능이 폭발했다.
한국전력이 1세트를 가볍게 따내며 이날 경기를 쉽게 풀어나가는 듯했지만 OK금융그룹의 반격이 매서웠다. 레오와 조재성의 공격이 폭발, 2세트와 3세트를 내리 가져오며 역전에 성공했다.
한국전력이 다우디와 임성진을 앞세워 4세트를 따내며 승부는 5세트까지 이어졌다. 지치지 않는 공격과 끈질긴 수비 퍼레이드 속에 매 세트 30분 안팎의 혈투가 벌어졌다.
마지막 5세트, 다우디의 힘이 조금 더 남아 있었다. 지친 레오가 1득점 그친 반면, 다우디가 9점을 쓸어 담으며 15-13으로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다우디는 39득점으로 28득점의 레오를 압도했다. 서재덕(14득점), 임성진(12득점)도 힘을 보탰다. OK금융그룹은 조재성(25득점), 차지환(17득점)이 분전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대혈투에서 승리한 한국전력 선수들은 경기장을 찾은 가족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승리의 여운을 만끽했다. 코트 반대편에서 승자의 파티를 지켜보는 OK금융그룹 선수들은 분루를 삼켜야 했다.
승자와 패자의 표정은 극명하게 갈렸지만, 명승부를 감상한 배구 팬들은 즐거웠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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