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야구인생의 마침표를 이렇게 찍게 되서 영광스럽다. 마지막에 큰 선물을 받았다."
지난 5월 한화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된 김태균의 소회다.
김태균은 KBO리그의 15번째, 영구결번 막내다. 10개 구단 40년 역사를 통틀어 단 15명에게만 주어진 영광이니, 은퇴할 때 주어지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공식적인 명예의 전당이 없는 한국에서는 이들이 사실상 '명예의 전당' 멤버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야구의 영구결번 조건은 메이저리그에 비해 엄격한 편. 양준혁이나 박경완처럼 '원클럽맨(해외 리그 제외)'이 아닌 선수도 있지만, 이들 또한 원클럽맨에 가까울 만큼 해당 팀의 대표성이 짙은 선수들이다.
또 KBO 역사가 쌓이면서 조건은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원클럽맨 또는 창단 멤버(신생팀 한정)가 기본 조건이 될수 있다. 트레이드로 영입된 선수도 간판 선수로 활약할지언정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하물며 FA 이적일 경우 사실상 영구결번에는 작별을 고하게 된다.
가까운 시일내 추가될 영구결번으로 박용택(은퇴)이 있다. 현역 중에는 이대호(롯데) 최정(SSG) 양현종(KIA)이 유력하다. 이대호는 내년 은퇴를 예고했고, 올 겨울 위기를 맞았던 양현종도 흔들림을 잘 봉합하면서 사실상 평생 KIA맨을 예약했다. 메이저리그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역시 각각 한화와 SSG의 영구결번이 유력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그 이후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올겨울은 남달리 FA 이동이 심했다. 그중 '차기 영구결번감'으로 지목되던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대표적인 선수가 KIA로 팀을 옮긴 나성범이다. NC의 창단 멤버이자 자타공인 팀을 대표해온 스타. NC 측도 "우리 선수"라고 확고하게 선을 그은 선수지만, 예상치 못한 이적이 이뤄졌다. NC는 박민우가 불미스런 일로 시즌아웃된데 이어 나성범마저 팀을 옮기면서 역사적인 구단 첫 영구결번 선수가 애매해졌다. 창단 멤버가 아닌 양의지가 첫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KT는 첫 우승을 이끈 유한준 박경수 황재균, 키움은 박병호가 있다. 다만 신생팀이라곤 하나 타 팀에서 긴 시간을 뛴 점이 걸림돌. 박병호가 히어로즈를 대표하는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그가 히어로즈에 몸담은 건 LG에서 무려 288경기 749타석을 소화한 뒤다. KT 3인방 역시 전 소속팀 시절 이미지가 있고, 커리어 면에서도 영구결번까진 조금씩 아쉬움이 있다. 아직은 먼 미래일지언정 소형준 강백호 김하성 이정후 등의 순수성이 좀더 주목된다.
나성범 외에 손아섭(NC) 역시 FA 이적으로 영구결번과 멀어졌다. 두 선수 모두 '원클럽맨', 나아가 영구결번이란 명예와 상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흐름의 변화를 보여준다. 자신의 가치를 보다 인정받고 싶은 심리, 그리고 우승을 향한 의지다.
2022년에는 구자욱 김상수(삼성) 유강남(LG) 한현희(키움) 양의지 박민우(NC) 등이 FA 시장에 나올 예정. 한명 한명의 무게감이 가볍지 않다. 이들 중 영구결번을 꿈꾸는 선수가 있을까. 아니면 우승이나 부(富) 등 다른 가치를 강조하는 흐름이 더욱 굳어질까.
KBO리그 역대 영구결번
한화=송진우 정민철 장종훈 김태균
삼성=양준혁 이만수 이승엽
KIA=이종범 선동열
LG=이병규 김용수
두산=박철순 김영신
롯데=최동원
SSG=박경완
KT NC 키움=없음
*LG=박용택(예정)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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