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내가 나갈까?"
KT 위즈의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다혈질이다. 특히 더그아웃에선 아주 편안한 친구지만 마운드 위에선 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다. 자신의 피칭 스타일을 고집하다가 얻어맞는데도 그 스타일을 버리지 않고 계속 승부하기도 한다.
지난 20일 데스파이네는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2회초 선취점을 내줬다. 2사 1,3루서 공이 뒤로 빠졌을 때 홈커버를 와서 3루주자 최형우를 태그했지만 심판진은 데스파이네가 공을 받을 때 미끄러지면서 홈플레이트를 막았다고 해서 세이프를 선언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도 마찬가지.
비디오 판독에서도 세이프가 선언되자 데스파이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양팔을 벌리고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KT 이강철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올라가 그를 진정시키고 내려왔다. 데스파이네는 박동원을 3루수앞 땅볼로 잡아내고 추가실점을 하지 않았고 이후 5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이 감독이 어떤 말로 데스파이네를 진정시켰을까. 이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봤을 때는 원래 세이프인줄 알았다. 그런데 비디오를 보니 데스파이네가 넘어지면서 홈플레이트를 막았더라"면서 "데스파이네가 고의적으로 한게 아니라고 억울함을 표시했다"라고 했다. 이어 이 감독은 "데스파이네에게 '나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고의가 아니었다고 심판에게 말하면 퇴장당한다. 나도 네 마음을 아는데 그 말을 하면 퇴장당한다. 내가 나갈까?'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데스파이네는 2회초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심판에게 한번 더 자신의 억울함을 말했고, 이때 이 감독도 함께 했었다. 감독이 데스파이네의 마음을 다독여 준 것이 이후 호투로 이어졌고, 타선이 터지면서 KT가 11대3의 대승을 거두고 본격적인 3위 싸움에 뛰어들 수 있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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