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투수가 타자에게만 집중하게 하면 안된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의 야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상대를 압박하는 야구다. 상대가 절대로 편하게 야구를 하도록 놔두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염 감독이 맡은 팀은 자주 뛴다. 발 빠른 주자들만 뛰는 게 아니라 발이 느린 주자도 과감한 도루를 감행한다.
염 감독은 LG에서도 압박 야구를 이어간다. 염 감독은 "올해 김현수도 10번 이상은 뛸 것이다. 박동원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지난해까지 통산 도루가 63개였다. 2008년 13개, 2015년 11개 등 두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적도 있어지만 최근 5년 동안은 9개를 기록했다. 박동원은 더 뛰지 않았다. 2013년부터 10시즌 동안 총 도루가 10개에 불과했다.
그만큼 발이 느린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염 감독이 도루를 시키겠다고 하는 이유는 상대 투수들도 이들이 안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아예 뛸 생각을 안하니까 상대 수비도 전혀 주자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타자와의 승부에만 집중한다"면서 "그럴 때 도루를 해서 상대의 허를 몇번 찌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대 배터리가 주자를 신경쓰면서 볼배합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주자가 도루할 가능성이 있으면 투수는 변화구보다는 직구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볼배합이 단순해진다. 당연히 타자에게 유리해진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효과는 충분하다는게 염 감독의 생각. 상대 배터리에게 '뛸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서 신경쓰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타자에게 좋은 효과가 된다.
염 감독은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는다. 포수의 송구가 좋지 않거나 투수의 퀵모션이 느릴 땐 어김없이 도루로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는다.
염 감독은 넥센 주루 코치 시절 발이 빠르지 않은 박병호와 강정호에게 도루를 시켜 20-20 클럽을 하도록 만들기도 했었다. 당시에도 상대 수비가 신경을 쓰지 않을 때, 변화구 타이밍에 도루 사인을 냈고, 이들은 발이 빠르지 않은데도 빠른 스타트로 여유있게 세이프가 됐었다.
2023시즌 LG에서도 발이 느린 타자들이 2루에서 여유있게 세이프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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