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타자가 왼발을 타자석에 걸쳤다. 홈플레이트에 방망이를 두드린 뒤 빙글 돌리고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심판은 외쳤다. "원 스트라이크!"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볼 광경이 될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피치 클락(투구 시계, Pitch clock)'이 본격 도입된 첫날, 그 첫번째 희생자는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다.
샌디에이고는 26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서 스프링캠프 시애틀 매리너스전을 치렀다.
이날 경기는 포수 뒤쪽에 큼지막한 디지털 시계가 돌아갔다. 다름아닌 '피치 클락'이다. 투수는 베이스가 비어있는 상태에서는 15초, 주자가 있는 경우 20초 안에 공을 던져야한다. 시계는 포수가 던져준 공을 투수가 받는 순간부터 돌아간다. 타자는 제한시간 마감 8초 전에는 타격 준비를 끝마쳐야한다. 발을 풀거나, 견제조차 한 타석당 2번만 할 수 있다.
마차도는 2010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지명되며 메이저리그에 발을 들였고, 빅리그에는 2012년 콜업됐다. 벌써 빅리그 경력만 11년차다.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준비되지 않은 타자'로서 배트를 휘두르긴 커녕 타석에 들어서기도 전에 1스트라이크를 당하는 황당함을 경험했다. 라이언 바클리 주심은 마차도의 왼쪽 손목을 가리키며 미국 야구 역사상 첫 피치클락 위반을 알렸다. 마차도는 경기 후 "내 이름이 역사에 남겠는데…"라며 남다른 속내를 전한 뒤 "올해는 볼카운트 0-1에서 시작하는 타석이 많을 것 같다"며 웃었다.
야구는 시간제한이 없는 스포츠다. 때론 경기 시간이 한없이 늘어진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최대한 경기 시간을 줄여 팬 유입을 늘리기 위해 이 같은 규정을 올해 신설했다.
투수와 타자 모두에게 가혹하다. 다양한 루틴을 지닌 타자들에겐 괴로울 수 있다. 강속구 투수들의 경우 장시간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를 가다듬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도 만만찮은 규정이다.
100년이 넘는 미국 야구 역사상 첫 도입이다. 2011년 미국대학야구(NCAA), 2015년 마이너리그(더블A, 트리플A)에 도입해 차근차근 테스트를 거쳤다. 수비 시프트 금지 규정과 함께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됐다.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더 빠른 경기 진행, 더 많은 공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샌디에이고 선발 닉 마르티네즈는 몇차례나 피치클락에 걸릴 뻔했다. 마르티네즈는 "생각보다 더 빨랐다. 쉽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시애틀 선발 로비 레이는 "특별히 서두르지 않아도 템포를 맞출만 하다. 공을 받고 마운드로 돌아가서 '아차 늦었다' 시계를 쳐다보니 11초나 남았더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애틀 2루수 콜튼 웡은 단 1초를 남겨두고 다급하게 타석에 점프하듯 뛰어들기도 했다. 양팀 모두 긴장한 탓인지, 마차도는 이날 피치클락을 위반한 유일한 선수였다. 그럼에도 마차도는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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