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강속구가 주목받는 시대.
하지만 제어되지 않는 빠른 볼은 위태롭다. 스피드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느냐 여부다.
그런 측면에서 KIA 타이거즈 좌완 루키 윤영철은 전체 신인 중 단연 최고의 투수다. 고교를 갖 졸업한 선수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운영과 제구력, 담대한 배짱까지 두루 갖췄다. 1라운드 두번째 픽을 쥔 KIA가 큰 고민 없이 전체 2순위로 선택한 이유.
윤영철의 여러 장점 중 하나는 놀라운 숨김 동작이다. 던지는 손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특히 왼손 타자 입장에서는 타이밍 맞히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의 투구를 관찰한 야구인들은 입을 모아 "손을 감추고 나오는 디셉션은 국내 최고"라고 말한다.
실제 그 위력이 오키나와에서 입증됐다.
윤영철은 지난 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청백전에 외인투수 듀오에 이어 세번째 투수로 마운드를 밟았다. 5회부터 2이닝을 볼넷 없이 1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빠른 승부 속에 쉽게 쉽게 맞혀 잡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7타자를 상대로 2이닝을 마치는 데 필요한 투구수는 단 22구에 불과했다. 선발 투수로서의 잠재적 가치를 엿볼 수 있었던 장면.
0-1로 뒤진 5회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윤영철은 선두타자 김동엽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3루 땅볼로 잡아냈다.
전날 롯데전에서 2루타 2방을 날리는 등 타격감이 좋았던 김태훈은 높은 직구를 던져 외야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재현에게 빗맞은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대타 김헌곤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중심 타선과 맞선 6회가 관전포인트였다.
첫 타자 구자욱에게 우전 안타성 타구를 허용했지만 우익수 쪽 시프트로 대비하던 내야수가 기민하게 움직여 아웃카운트로 연결했다. 마음이 편해진 윤영철은 이원석을 3구 만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뒤, 거포 오재일 역시 3구 만에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내고 임무를 마쳤다.
국내 팀과의 첫 경기. 고교를 막 졸업한 루키 답지 않은 여유로운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
최고구속 135㎞, 평속 133㎞에 불과했지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상하좌우를 구석구석 찌르며 정타를 피해갔다. 국내 정상급 디셉션도 한 몫 했다.
체계적 훈련으로 힘이 붙을 수록, 시즌 개막이 다가올 수록 스피드는 점점 늘어날 전망.
구속까지 빨라지면 더욱 치기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실전용에 가까운, 그래서 1군 무대에서 빨리 볼 확률이 가장 높은 루키가 바로 윤영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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