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실패한 길. 걸어본 사람 만이 피할 수 있다.
KIA 타이거즈 2년 차 특급 유망주 김도영(20). 그에게 프로 두번째 시즌은 남다른 의미다.
장밋빛 희망이 가득했던 데뷔 첫해. 희망과 좌절이 동전의 양면임을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찬란한 봄이 잔인한 봄으로 그토록 쉽게 변할 줄 아무도 몰랐다.
문동주를 제치고 전체 1번으로 뽑은 루키. 시범경기 4할 맹타를 거쳐 신인왕에 오른 이정후의 봄을 소환했다.
김도영은 시범 12경기에서 4할3푼2리의 타율에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068로 2017년 이정후에 버금가는 맹활약을 펼치며 타격왕에 올랐다. 이정후의 길을 걸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신인왕 유력 후보였다.
하지만 프로무대는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정규 시즌 개막전 침묵이 추락의 시작이었다.
봄의 맹활약을 지켜본 나머지 9개 구단들이 김도영을 '요주의 인물'로 찍고, 현미경 분석을 이어갔다.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 들었다. 설상가상 시즌 준비도 부족했다. 단 한번도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는 고졸 루키에게 가혹한 시간이었다.
결국 김도영은 데뷔 첫해를 103경기 2할3푼7리의 타율과 3홈런, 19타점, 37득점, 13도루로 아쉽게 마쳤다. 신인왕도 두산 정철원에게 내줘야 했다.
프로 첫해 실패는 쓴 약이 됐다. 2년 차인 올시즌 전지훈련을 충실하게 소화하며 반등을 준비중이다.
스스로도 자신감이 차오르고 있다.
"작년에는 완성하지 못한 채 시즌에 들어갔던 것 같아요. 올해 처음 온 해외캠프가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연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다보니 시즌 들어가기가 수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개막전에는 안타 하나는 치지 않을까요. 그래야 시즌이 잘 풀릴텐데…. 혹시 개막전에 못 치더라도, 시즌 중 부진에 빠지더라도 이제는 깊게 빠져들지 않을 것 같아요. 작년 경험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공-수에 걸쳐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수비와 타격 모두 괄목상대한 모습니다.
"타격은 작년에 좋았던 느낌을 살려 변화된 폼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수월하게 잘 되고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다만, 수비는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 추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김도영은 오키나와 캠프 내내 날카로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올시즌 김도영은 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전천후 활약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후좌후 수비 폭은 물론 송구 부담도 줄여야 한다.
"유격수는 아직 적응을 잘하고 있어요. 다만, 3루 쪽에 부족한 점이 있어 엑스트라를 소화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어요. 왼쪽 타구는 적응이 되는데 오른쪽(선상 쪽)은 백핸드로 잡아야 할지 여부에 대해 적응을 못해 훈련을 통해 보완중입니다."
김도영은 5일 일본 오키나와현 킨 타운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1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공-수에서 맹활약 했다.
타선에서는 3타수2안타 2득점 1도루로 톱타자 역할을 100% 소화했다. 유격수 수비에서도 펄펄 날았다. 1회 무사 1루에서 김헌곤의 타구를 병살 처리한 김도영은 2회에도 이성규의 땅볼을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1-0으로 앞선 3회가 압권이었다. 무사 1루에서 이해승의 3-유 간 안타성 타구를 잡아 1루주자를 2루에서 포스아웃 시켰다. 벤치와 관중석의 감탄을 이끌어낸 호수비였다. 김도영의 이 수비가 아니었다면 메디나의 3이닝 무실점 투구도 불가능했다.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3루 오른쪽 타구에 대한 강도 높은 훈련이 만들어낸 그림 같은 장면.
시행착오는 한번으로 족하다. 같은 전철을 반복하기엔 특급재능에 노력의 시간까지 덧씌워졌다. 사령탑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KIA 김종국 감독은 "작년에 준비가 안된 것들이 올해는 준비가 잘됐고, 팀에 녹아들어 코치 선배의 조언을 새기고 있다. 부상만 없으면 작년보다 잘 할 것 같다"고 낙관했다.
2017년 이정후, 2018년 강백호로 이어져온 특급 야수 계보가 끊겨 있는 상황. 가장 먼저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재능은 김도영이다. 겨울 땀이 만나 봄의 꿈이 영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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