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김광현이 '일본 킬러'로 불린 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다.
당시 9전 전승 금메달 신화의 주역 중 하나가 김광현이었다. 일본전 두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펼친 눈부신 피칭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예선 4차전서 5⅓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일본 타선을 묶었다. 금메달 행보의 고비였던 준결승에서는 8이닝을 던져 6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6대2 승리를 이끌며 승리투수가 됐다. 20세의 한국 '영건'에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시작된 경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2009년 3월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킬러 명성은 처참히 무너졌다.
1라운드 일본전에 선발로 나선 김광현은 1⅓이닝 동안 7안타와 2볼넷을 내주고 8실점하는 수모를 당했다. 스즈키 이치로, 나카지마 히로유키, 아오키 노리치카, 무라타 슈이치 등 정교하고 파워넘치는 일본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다. 2회 무라타에게 3점홈런을 얻어맞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김광현은 구원으로 보직을 바꿔 일본전 2경기에 나가 각각 ⅔이닝을 투구했다. 물론 베이징올림픽과 WBC 사이 7개월 동안 일본 타선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타자 이치로를 비롯해 후쿠도메 고스키, 조지마 겐지, 이와무라 아키노리가 가세했고,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우치카와 세이치 등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도 많았다.
세월이 흘러 2015년 11월 프리미어12. 김광현은 예선 첫 경기인 일본전 선발로 내정됐다. 그러나 2⅔이닝 동안 5안타와 2볼넷을 내주는 난조 속에 2실점해 패전을 안았다. 오타니 쇼헤이가 6이닝 2안타 10탈삼진 무실점의 '괴물' 투구로 한국 타선을 무력화했던 경기다.
김광현은 이후 최정예로 무장한 일본을 상대로 등판한 적이 없다. 2019년 제2회 프리미어12에서 두 차례 일본전 선발은 각각 이승호, 양현종이었다.
그렇다면 오는 10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열리는 1라운드 B조 일본전 선발은 누구일까.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여전히 신중을 기하며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광현과 양현종은 1라운드에서 불펜 보직을 받은 분위기다. 김광현도 8일 훈련을 마치고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불펜 대기 사실을 공개했다.
일본 라인업은 좌타자가 주류다. 오타니를 비롯해 지난해 56홈런의 무라카미 무네타카, 메이저리거 외야수 라스 눗바와 요시다 마사타카, 유격수 겐다 소스케 등 최소 5명이 선발라인업에 포진될 전망이다. 한국으로서는 좌완 선발을 준비시킬 수밖에 없다. 구창모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변수는 투구수 제한이다. 1라운드에서는 최대 65개까지 던질 수 있다. 호투한다면 4회 또는 5회까지 끌고갈 수 있으나, 불안하다 싶으면 50~60개에서 바꿔야 한다. 김광현이 1라운드서 불펜 대기할 수 있는 이유다. 선발이 무너지면 2회에 조기 투입돼 사실상 선발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피기백(piggy-back) 등판이다.
8강전에서는 투구수 제한이 80개로 많아지고, 준결승과 결승은 95개까지다. 한국이 1라운드를 통과한다면 김광현에게 선발등판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광현은 지난해 28경기에서 173⅓이닝을 던져 13승3패, ERA 2.13, ERA+ 195.5, WHIP 1.07, 피안타율 0.222를 마크했다. ERA와 ERA+, WHIP는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수치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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