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모두 자격이 있다.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이번 시즌 한국남자 프로농구(KBL)에는 세 명의 강력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가 있다. 안양 KGC의 변준형(27)과 서울 SK의 김선형(35), 그리고 고양 캐롯의 전성현(32). 모두 가드 포지션이다.
스탯상으로는 딱히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변준형은 평균 14.3득점(14위)에 5.2어시스트(3위) 2.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의 리그 선두를 이끌고 있다. 셋 중 맏형인 김선형은 평균 16득점(9위, 국내선수 3위)에 6.6어시스트(1위) 2.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과시하고 있다. 전성현은 18득점(6위, 국내선수 1위)에 2.7어시스트. 2리바운드에 3점슛 1위(경기당 3.5개)로 캐롯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때문에 시즌 종료 후 MVP 선정 때 상당한 접전이 예상된다. 예측불허의 대결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현재 전성현을 지휘하고 있는 김승기 캐롯 감독은 독특한 주장을 꺼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을 정면으로 깨트리고, 전성현의 MVP 수상을 고집하지 않았다. "김선형과 변준형도 MVP 자격이 충분하다"며 "할 수만 있다면 세 명 모두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 '3인 공동 MVP론'이다.
김 감독은 지난 13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마지막 대결에서 76대72로 승리한 뒤 이런 소신을 밝혔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전성현의 MVP 수상 가능성에 대해 묻자 김 감독은 대뜸 "전성현이 꼭 MVP를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감독 특유의 직설화법이다.
이어 김 감독은 "전성현도 대단하지만, 지금 변준형이나 김선형도 모두 자격이 충분히 있다. 누가 받더라도 '왜 받았지'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 명 모두 대단한 선수들이고, 리그를 대표하는 슈팅 가드다. 마음 같아서는 세 명 모두에게 표를 주고 싶다"며 '3인 공동 MVP'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이 언급한 '3인 공동 MVP'가 탄생할 수는 있을까. 냉정히 보면, 성사되기 힘든 아이디어이긴 하다. 지난 1997년에 출범해 지난 시즌까지 26시즌을 치른 KBL에서 '공동 MVP'가 탄생한 적은 단 1회 뿐이다. 지난 2005~2006시즌에 서장훈(서울 삼성)과 양동근(울산 현대모비스)이 역대 최초로 'MVP 공동수상'을 했다. 이게 현재 유일하다. 물론 '3인 공동 MVP'는 전례가 없다.
미국 프로농구(NBA)에서는 1955~1956시즌 밥 페팃(세인트루이스 호크스)이 '초대 MVP'를 탄 이래 '공동 수상' 조차 없었다.
때문에 변준형-김선형-전성현의 3인 공동 MVP는 탄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 감독 또한 이걸 진지하게 주장한 건 아니다. 이들과 같은 가드 출신으로서 세 선수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대단한 실력을 칭찬하고 격려하려는 취지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들 슈퍼 가드 3인방으로 인해 KBL의 볼거리가 한층 풍성해졌다는 점이다. MVP 한 자리를 놓고 펼치는 이들의 대결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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