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조별리그를 통해 8강 토너먼트 진출팀이 모두 가려졌다.
이번 WBC 최대 특징은 절대 강자, 절대 약자 현상이 예년에 비춰 크게 약화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우주 최강' 도미니카공화국이 탈락한 반면 야구 '변방' 취급을 받던 호주가 사상 처음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60년 동안 '아마야구 최강'으로 군림해온 쿠바의 위상이 다소 흔들렸고, 미국 메이저리그(MLB) 및 일본 프로야구(MPB)와 함께 3대 프로리그로 불리는 KBO도 세계 야구 흐름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도미니카공화국의 1라운드 탈락은 충격적이다. 첫 상대였던 베네수엘라와 마지막 대결을 벌인 푸에르토리코에 무릎을 꿇으며 콧대가 꺾였다. 전력에서는 최강이지만, 수비 실책과 볼넷 허용 등 순간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탓에 승부처에서 밀렸다.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선발로 나선 사이영상 수상자 샌디 알칸타라는 3⅔이닝 동안 5안타 3볼넷을 내주고 3실점했다. 이례적인 제구력 난조였다. 타선에서도 매니 마차도,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라파엘 데버스가 합계 1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푸에르토리코전에서도 마차도의 방망이는 병살타를 치는 등 도움을 전혀 주지 못했다. 중견수 훌리오 로드리게스는 5회초 프란시스코 린도어의 원바운드된 안타를 잡지 못하고 뒤로 빠트리는 바람에 결정적인 점수를 줬다.
이탈리아와 호주는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마이크 피아자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는 A조 4경기에서 팀 타율 0.283, 팀 평균자책점 3.75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2승2패로 8강행 기차를 탔다.
쿠바는 여전히 힘과 기동력의 야구를 펼쳤지만, 팀 홈런이 2개로 20팀 중 공동 12위에 머물렀다. 장타력이 크게 줄었고 마운드도 이전과 비교해 제구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8강전에서 호주를 꺾고 4강에 올랐지만, 상대가 다른 팀이었다면 고전했을 공산이 크다.
호주에 밀린 한국은 타자들에 비해 투수들의 부진이 부각됐다. 스피드는 물론 제구력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WBC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내고 말았다. 반면 호주는 잭 올러글린, 미치 뉴언번, 카일 글로고스키 등 일부 투수들은 150㎞ 안팎의 공을 안정적인 제구로 던져 호주 야구의 발전된 측면을 보여줬다. 호주는 쿠바와의 8강전서 3대4로 아쉽게 패했는데, 마운드는 눈여겨볼 만했다.
스타급 메이저리거들을 대거 보유한 베네수엘라와 멕시코, 푸에르토리코는 예상대로 8강에 안착했다. 푸에르토리코의 경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최종전에서 실수를 최소화하며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베네수엘라는 일본과 함께 4전 전승으로 1라운드를 통과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재등장했다.
무엇보다 1라운드 최대 화두는 일본의 간판 오타니 쇼헤이였다고 봐야 한다. 타자와 투수로 최정상급 기량을 뽐내며 메이저리그 만장일치 MVP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중국전에 선발등판해 4이닝 1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타석에서는 타율 0.500(12타수 6안타) 1홈런 8타점을 때렸다. 1라운드 B조 MVP로 당연히 오타니가 선정됐다.
일본은 오타니 뿐만 아니라 다르빗슈 유와 요시다 마사타카, 라스 눗바 등 현역 메이저리거와 최고 구속 101.9마일(164㎞)을 뿌린 예비 메이저리거 사사키 로키의 기량이 세계 최정상급임을 새삼 확인했다.
쿠바가 호주를 꺾고 준결승에 선착한 가운데 미국-베네수엘라, 일본-이탈리아, 푸에르토리코-멕시코의 8강전도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은 무난하게 이탈리아를 꺾을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2경기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쿠바는 미국-베네수엘라전 승자와 4강서 만난다.
LA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는 오타니와 마이크 트라웃의 맞대결은 일본과 미국 모두 결승에 올라야 성사될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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