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도쿄 참사'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본선 1라운드 탈락 뒤 야구계 안팎에서 쇄신 목소리가 거세다. 지도자-선수, 관계자 및 전문가들 모두 한 목소리로 반성과 쇄신을 노래하고 있다. 짧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도태되고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한 한국 야구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저마다 이야기 한다. KBO도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전하면서 KBO리그 경기력 및 대표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WBC를 계기로 정말 한국 야구가 바뀔지는 미지수다.
성토의 목소리는 수 년전부터 이어져 왔다. 2013 WBC 타이중 참사, 2017 WBC 고척 참사 뒤에도 자성과 쇄신의 목소리가 KBO리그에 울려 퍼진 바 있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기본기 부족과 승리 지상주의 문화, 프로 선수들의 경쟁력 약화, 제도적 미비 등 여러 문제점이 거론됐다.
이런 목소리를 수렴해 이뤄진 변화. 제대로 이뤄진 건 없었고, 결과는 참사의 반복이었다.
방향성이 없었다. 대표팀 사령탑 선임부터 그렇다. 현직 감독들에게 대표팀을 맡기는 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대회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2017년부터 전임감독제를 도입했지만, 도쿄올림픽 노메달 뒤 다시 겸임 감독제로 선회했다. 이번 WBC에서 부진하자 다시 전임감독제 도입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프로-아마추어간 협력 강화도 어느 순간부터 흐지부지 됐다. 외국인 선수 확대 같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만한 제도들도 마찬가지다. 공인구 반발력 변화, 스트라이크존 확대 같은 제도가 시행되긴 했지만, 도쿄올림픽과 이번 WBC를 거치면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그렇다면 이번엔 또 뭘 바꿔야 할까.
바꾸기 전에 제대로 지킬 준비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일시적으로 운영되던 대표팀 문제가 그렇다. 구성부터 운영, 지원, 대회 목표까지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갈지 정립할 수 있는 기구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앞서 여러번 지적된 일본 야구 대표팀의 '사무라이 재팬' 브랜드를 참고할 만하다.
제도 개혁을 위한 준비는 더 신중하고 치밀해야 한다. KBO-KBSA(한국야구소프트볼연맹), 각 구단, 선수협 등 야구계 전반의 얽히고 ?鰕 이해관계부터 제대로 풀어야 한다. 협력을 하면 어떤 안을 놓고 어떻게 논의할 것인지, 리더십 교체에도 실무진이 흔들림 없이 중장기 플랜을 이행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완성할지 구상한 뒤 실행에 옮겨야 한다. 부족한 게 있다면 바꾸거나 채우고, 모르는 게 있다면 배우면 된다. 거리낌 없는 행보가 필요하다.
이번 WBC 실패 뒤 쏟아졌던 야구계 인사들도 '작심비판'에 그치지 않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아마추어 위기, 프로 기량 저하를 직접 개선하기 위해 발로 뛰고 노력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대안과 행동 없는 비판은 그저 인신공격성 비난이자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대대적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은 어쩌면 한국 야구가 우물안 개구리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철저한 준비와 실행이 없다면, 참사는 또 반복될 것이다.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라는 타이틀도 옛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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