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해 충암고에는 두명의 훌륭한 좌완투수가 있었다.
2023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제구의 마법사' 윤영철이 원픽. 또 한명은 6라운드 53순위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이태연이다.
더 이른 순번에 뽑힐 선수였지만 지난해 초 허리 부상 여파로 순서가 살짝 밀렸다.
롯데로선 큰 행운이었다. 두둑한 배짱투로 먼저 뽑은 루키 투수들보다 진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야수 김민석과 함께 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투수로선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 시범 5경기에서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4⅔이닝을 소화하며 단 1안타 1볼넷 무실점.
루키라고 믿기 힘든 대단한 퍼포먼스다.
이태연의 활약상에 외인 사령탑의 목소리도 반갑게 높아졌다.
21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마운드 위의 불독 같은 선수"라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강한 멘탈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마치 4,5년 차 투수 같은 모습"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타자와 상대할 때 어떤 구종으로 어떤 볼 배합을 할 것인지를 미리 정하고 들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연은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2-4로 뒤지던 7회말 1사 1,3루 위기에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빠른 승부로 2구 만에 김재성을 상대로 1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하지만 1루수가 한번에 포구하지 못하면서 병살타나 홈 승부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태연은 후속 타자 김동엽도 2구 만에 뜬공을 유도한 뒤 단 4개의 공으로 이닝을 마쳤다.
루키라고 보기 힘든 과감한 모습. 서튼 감독의 다각도 실험 과정이었다.
서튼 감독은 "일부러 1사 1,3루에서 내보냈다. 땅볼을 유도했고, 더블플레이 되지 못했지만 좋은 모습이었다"고 칭찬했다. 그는 "구위도 좋다. 연투도 시켜보고 여러 상황에 두루 기용하고 있는데 이에 맞춰 잘 던지고 있다"며 "개막엔트리 이야기를 하기는 이르지만 좋은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롯데는 오프시즌 두명의 좌완 불펜을 잃었다. 김유영이 FA 유강남 보상선수로 떠났고, 강리호(강윤구)가 FA로 풀렸다. 김진욱이 유일한 좌완 불펜으로 준비중인 상황. 생각지도 않았던 씩씩한 좌완 루키의 등장. 벤치의 갈증을 덜어주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1군에서 살아남는다면 충암고에서 한솥밥을 먹던 친구 윤영철과 선의의 대결도 관심을 모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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