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각본을 쓴다 해도, 이렇게 완벽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을까.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를 위한 대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치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실하게 이 사람이 야구의 왕'이라는 선포식을 하는 것 같았다.
일본은 22일(한국시각)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WBC 결승전에서 3대2로 신승, 영광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일본은 2006년, 2009년 2연패에 이어 14년 만에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MVP는 오타니의 몫이었다. 이날 지명타자로 출전해 안타 1개, 볼넷 1개를 기록하며 멀티출루를 기록했고 살떨리는 9회초 마지막 투수로 올라 승리를 지켜냈다. 결승전 뿐 아니라 매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그가 왜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인지를 입증했다.
경기력, 기록 뿐 아니다. 사실 오타니에게 이번 WBC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우승 열망이 강한 일본이었는데, 그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간판이었다. 또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관심사였다.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 야구팬들의 시선이 오타니에게 쏠렸다.
그런데 오타니는 그 부담을 즐기는 듯 혼신의 경기력으로 대회를 풀어나갔다. 차분할 때는 차분하게, 그리고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강한 쇼맨십도 보여주는 등 최고 스타로서의 면모를 유감 없이 과시했다.
마지막 결승전에서는 소속팀 LA 에인절스의 걱정도 불사하고 마운드와 타석을 오갔다. 경기 중 불펜에서 몸풀다 방망이를 치기 위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일이 수차례였다. 무거운 책임감을 최고의 경기력으로 표출해내는 자체가 MVP 자격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시나리오도 완벽했다. 이번 결승전은 에인절스 최고의 스타 오타니와 마이크 트라웃이 적으로 만나 관심을 모았다. 이번 대회 최고 흥행카드 두 사람. 언제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루느냐가 대회 최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그런 가운데 오타니가 마지막 장면 트라웃을 잡아내고 포효한다면, 역사적인 장면으로 남을 수 있었다. 흥행 측면에서도 최고 시나리오였다.
오타니가 9회 마운드에 올랐을 때 타순은 9번 제프 맥닐, 1번 무키 베츠, 2번 트라웃이었다. 정말 각본을 짤래도 짜기 힘들게 트라웃이 3번째 타자였다. 긴장한 오타니가 맥닐을 볼넷을 내보낼 때는 '상상한대로 일이 이뤄지긴 힘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인 베츠가 병살타를 때릴 줄 누가 알았나. 그렇게 오타니와 트라웃이 마주했고, 오타니는 헛스윙 삼진으로 트라웃을 돌려세웠다. '오타니 대관식'의 완벽한 엔딩 장면이었다. 조연 트라웃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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