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포수라는 포지션에 자부심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악몽 같았던 1군 경험에도 '투수 전향' 제안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교 최고의 포수라는 찬사를 받으며 프로에 입문했다. 때마침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이적하며 자리가 생겼다. 하지만 2년간 210경기 412타석에 출전하는 동안 타율 1할2푼4리, 수비에서도 고전하며 강도높은 비판에 시달렸다.
2020년 당한 뜻하지 않은 왼손목 부상이 인생을 바꿨다. 포수를 쉬는 동안 "투수를 잠깐 해보자"는 끈질긴 설득에 결국 넘어갔다.
그렇게 '천직'을 찾았다. 나균안(25)이 투수 전향 4년차만에 풀타임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올시즌 롯데의 선발진이 댄 스트레일리-찰리 반즈-박세웅-나균안-한현희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선수"라는 칭찬도 덧붙였다.
투수 전향 이후로도 순탄한 삶은 아니었다. 퓨처스리그에서 꼬박 1년간 담금질했다. 2021년 5월 마침내 첫 1군 콜업에 성공했고, 7차례 선발등판하며 유의미한 성적도 냈다. 하지만 갑작스런 전향의 여파로 체력 저하에 시달린 끝에 평균자책점 6.41로 시즌을 마쳤다.
2022년은 불펜 롱맨으로 시작했다. 시즌초 붕괴 직전이었던 롯데 투수진을 뒷받침한 일등공신이었다. 포수 출신임에도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된 제구력으로 서튼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시즌초 11경기 중 2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가 7번이었다. 그중에는 4월 8일 두산전 5이닝, 4월 21일 한화전 4이닝 등 사실상 조기강판된 동료 대신 선발투수 역할을 한 경기도 있다. 전반기 4번의 선발등판에서 가능성을 보이자 8월부터 비로소 본격적으로 선발로 기용됐다. 그 결과는 9경기 51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2승4패 평균자책점 3.33의 대성공이었다.
지난 겨울 입단 6년만에 '억대 연봉'에 진입하는 감격을 누렸다. 한현희(30)가 FA로 합류함에 따라 또한번의 경쟁에도 놓였다. 하지만 이미 안정감이 검증된데다, 지난해 직구 구속도 150㎞까지 끌어올렸던 노력이 사령탑을 만족시켰다.
2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5이닝 2실점으로 역투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아차하는 순간 KIA 김석환에게 내준 투런포가 아쉬웠지만, 최고 147㎞의 직구와 투구수 72구의 경제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생애 첫 '풀타임 선발'의 가능성이 열렸다. 올겨울 강도높은 다이어트와 체력 훈련까지 소화한 나균안에게 2023년은 빛나는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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