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해 4월 말 박동원이 키움 히어로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될 때만 해도 모두가 '해피엔딩'을 꿈꿨다.
당시 박동원 영입을 주도한 것은 장정석 KIA 단장이었다. 키움 감독 시절 박동원과 맺은 연이 주효했다. KIA의 안방 불안 해결을 위해 박동원에 손을 내밀었다. 박동원이 그해 시즌을 마치고 FA자격을 취득하는 게 변수였지만, KIA는 내야수 김태진에 신인 2라운드 지명권, 현금 10억원을 얹는 조건을 제시했다. KIA가 박동원을 잡을 수 있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베팅이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장 단장은 시즌 중 박동원과 장기 계약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상황은 미묘하게 흘러갔다. 시즌이 끝나가는 시점까지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FA 승인 공시 후 박동원 측은 언론을 통해 "KIA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 받았으나, 시장 가치를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KIA가 아닌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었다는 선언이었다. KIA 쪽에선 '박동원에 좋은 조건을 제시했음에도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박동원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는 쪽을 택했다. 계약 규모는 4년 총액 65억원. 그런데 이 규모는 KIA가 박동원에 마지막으로 제시한 금액보다 적은 규모였다. 계약금과 보장액, 옵션 등의 차이에서 박동원이 KIA가 아닌 LG의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켠에선 협상 과정에서 KIA와 관계가 소원해진 박동원 측의 마음이 LG로 기울었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뒤늦게 밝혀진 그 이면은 충격적이었다.
장 단장은 박동원과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단장은 '잘 해보자'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던 와중에 나온 농담조라고 해명했지만, 박동원 측은 이를 그렇게 해석하지 않았다. 해당 녹취록을 갖고 있던 박동원 측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 하에 관련 내용을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에 제출했다. 선수협은 이를 KIA 구단에 전달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KIA는 보안을 유지한 채 고위층을 중심으로 사안을 조사했고, '진위여부를 떠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결론에 이르러 장 단장에게 징계위원회 소집을 통보했다. 장 단장은 소명서를 제출하면서 사의를 표명했고, KIA는 29일 징계위에서 해임을 결의했다.
장 단장은 선수 은퇴 후 1군 매니저, 운영팀장 등 현장 프런트 업무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감독 부임 후 지도력을 발휘해 201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엔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2년간 활동하며 뛰어난 분석력과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쾌활한 성격으로 주변과 관계도 원활했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괜한 오해의 소지를 불러 일으키지 않도록 때와 장소를 가려 신중히 처신하라는 뜻. 민감한 FA시장에선 어떤 위치와 입장에서 한 마디를 던지느냐가 전체 판도를 흔들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 단장의 한 마디는 결국 파국의 단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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