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한축구협회가 징계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 조치를 발표한지 사흘만에 백지화했다. 여전히 협회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정몽규 협회장의 입장문을 통해 어느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정회장은 31일 축구회관에서 진행한 임시이사회에서 축구인 징계 사면 철회를 의결한 뒤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의 첫 단어가 '승부조작'이다. 이번 결정이 승부조작범 48명의 사면에 대한 반대 여론을 다분히 의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회장은 "승부조작이 스포츠의 근본 정신을 파괴하는 범죄 행위라는 점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며 "2011년 발생한 K리그 승부조작 가담자들의 위법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가 없다는 것을 저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제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재직하던 당시, 가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승부조작이 우리 그라운드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도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회장은 그러면서 "저는 그들이 저지른 행동이 너무나 잘못된 것이었지만, 그것 또한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한 우리 축구계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라고 늘 생각했다"고 밝혔다. 승부조작범의 범죄를 '축구계가 함께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으로 "2년여 전부터 '10년 이상 오랜 세월동안 그들이 충분히 반성을 했고, 죄값을 어느 정도는 치렀으니 이제는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떻겠느냐'는 일선 축구인들의 건의를 계속 받았다.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해당 선수들만 평생 징계 상태에 묶여 있도록 하기보다는 이제는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계몽과 교육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다. 중징계를 통해 축구 종사자 모두에게 울린 경종의 효과도 상당히 거두었다고 판단했다. 승부조작 가담자를 비롯한 징계 대상자들이 지난날 저질렀던 과오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 한 번 한국 축구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한국 축구의 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소임이라고 여겼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잘못을 인정했다. 정회장은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사려 깊지 못하였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축구인과 팬들이 받았던 그 엄청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한층 엄격해진 도덕 기준과 함께, 공명정대한 그라운드를 바라는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감안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와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무겁게 받아들인다. 이번 사면 결정 과정에서 저의 미흡했던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저와 대한축구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다. 축구팬, 국민 여러분에게 이번 일로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이사회도 "승부조작과 같은 중대 범죄 행위에 대한 징계를 다룰 때는 더 깊이 고민하고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어야 하는데, 생각이 짧았으며 경각심도 부족했다"며 "잘못된 결정으로 축구인, 팬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승부조작이나 폭력, 불법금품수수 등 위법 행위는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해 예방 장치를 강화하고 교육에도 더 힘쓸 것"이라며, "사면 결정 이후 협회를 향한 따가운 비판과 질책을 겸손하게 수용하고 분발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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