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끝내 마음을 얻지 못한 짝사랑에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고향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한 방을 날렸다.
저지는 31일(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개막전에서 결승 솔로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5대0 완승을 이끌었다.
타선에서는 저지, 마운드에서는 선발 게릿 콜의 활약이 빛났다. 콜은 6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빼앗는 압도적인 피칭으로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3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개막전 승리투수가 됐다.
저지의 홈런은 첫 타석에서 나왔다. 2번 중견수로 출전한 저지는 1회말 1사후 주자없는 가운데 상대 선발 로간 웹의 2구째 92마일 한복판 싱커를 통타해 양키스타디움에서 가장 깊은 가운데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아치로 연결했다. 발사각 28도, 타구속도 109.3마일, 비거리 422피트로 메이저리그 전체 시즌 1호 홈런으로 기록됐다.
뿐만 아니라 저지는 4-0으로 앞선 7회 2사 1,2루에서도 중전적시타를 터뜨리며 한 점을 보탰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겨울 FA 저지를 영입하기 위해 애를 썼던 구단이다. 저지는 FA 시장이 개장한 직후 할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와 만나 첫 협상을 갖고 대략적인 재계약 조건에 합의했다. 8년 3억2000만달러였다. 저지는 양키스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혀왔던 터다.
다른 팀의 얘기도 들어봐야 하니 자신의 고향에서 가까운 샌프란시스코의 제안을 듣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서부로 날아갔다. 오라클파크를 방문해 클럽하우스와 배팅케이지를 둘러본 뒤 협상에 들어갔다. 래리 베어 CEO, 파란 자이디 사장, 게이브 캐플러 감독 등 자이언츠 구단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저지는 캘리포니아주 린든 출신으로 오라클파크는 그곳에서 불과 2시간 거리다. 그는 어릴 적 배리 본즈와 리치 오릴리아의 광팬이었다고 한다.
자이언츠는 9년 3억6000만달러를 제시했다. 연평균 4000만달러는 양키스와 같았지만, 계약기간이 1년 더 길었다. 저지 에이전트 페이지 오들이 스타인브레너에게 전화를 걸어 자이언츠의 조건을 얘기했고, 재협상 끝에 같은 조건을 제시받았다.
저지는 양키스 잔류를 내심 결정한 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방문해 14년 4억1400만달러를 제시받았으나, 애시당초 양키스를 떠날 생각이 없던 저지에게 샌디에이고는 그렇게 매력적인 구단이 아니었다.
저지는 이날 개막전 승리 후 "난 다른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런 말을 꽤 했다. FA 시장을 둘러봐야 하니 돌아다녔지만, 모든 걸 다 따져도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었다. 여기에 남게 돼 행복하다"고 밝혔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어제 저지에게 얘기를 했다. (개막전을 위해 뉴욕에 온)자이언츠가 시내에 있었겠지만, 지난 겨울 내가 가장 우울했던 건 그가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였다"면서 "개막전에 그가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3루 라인에 서있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끔찍한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어 분 감독은 "저지가 원래 있던 곳에 그대로 남아 너무 좋다. 이번에는 주장이 돼 어마어마한 커리어를 이곳에서 마칠 수 있게 됐다. 그의 감독으로 계속 일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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