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묵묵하게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하다보면…."
태극마크를 다시 달기까지 7년이 걸렸다. A매치에서 득점포를 재가동하기까지는 무려 9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돌아온 천재' 박은선(37·서울시청)이 덤덤하게 내뱉은 말은 20년 전 자신에게, 그리고 지금 그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였다.
박은선은 대한민국 여자축구를 대표하는 재능이었다. 1m82의 압도적 피지컬, 킬러 본능, 빼어난 위치 선정 능력 등을 앞세워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이던 2003년 A대표팀에 처음 승선했다. 데뷔전부터 '센세이션'했다. 그는 홍콩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선수권대회 조별리그 A조 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8대0 완승을 이끌었다. 그는 A매치 34경기에서 17골을 넣었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박은선은 2015년 캐나다월드컵 이후 A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대로 국가대표 경력이 끝나는 것으로 보였다. 아니었다. 콜린 벨 감독이 박은선을 불렀다. 2022년 6월 캐나다 원정 경기를 앞두고 깜짝 발탁했다. 그는 차분히 팀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지난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친선경기 1차전에서 꿈에 그리던 득점포를 가동했다. 2014년 5월 아시안컵 준결승 호주전 이후 약 9년 만에 나온 득점이었다. 여자 최고령 득점이기도 했다. 분위기를 탄 박은선은 11일 열린 잠비아와의 두 번째 대결에서도 '골맛'을 봤다. 한국 여자 축구 최고령 득점 기록을 36세107일로 갈아치웠다.
경기 뒤 박은선은 "축구를 워낙 좋아한다. 힘들어 포기한다는 생각을 해보기는 했지만, 주변에서 도움 주신 분들이 워낙 많았다"고 입을 뗐다. 그는 "묵묵하게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하다보면 자기가 한 만큼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축구는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 모든 운동이 다 그렇겠지만. (후배들에게) 그럴 때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즐기면서 볼을 찼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했다. 힘들 때 즐기다보면 축구에 대한 그런 걸 얻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제 또 다른 꿈을 향해 간다. 100일여 앞으로 다가온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이다. 박은선은 2003년 미국, 2015년 캐나다대회에 출전했지만 골을 넣은 적은 없다. 그는 "월드컵에 가서 골을 넣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매번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에 최종 명단에 들어 월드컵을 가게 된다면 득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꼭 골을 넣어서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기대감은 높다. 벨 감독은 "박은선을 처음 발탁했을 땐 '15∼20분 정도를 원한다'고 했다. 이후 노력하며 더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좋은 기동력과 버티는 능력을 보여줬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월드컵 전까지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호하고 아끼고 있다가 내보내고 싶다"고 극찬했다. 함께 뛴 이금민(브라이턴)도 "(박)은선 언니와 한국에서 뛸 기회가 많이 없었다. 이렇게 대표팀에서 언니가 멋있게 복귀해 같이 경기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지금보다 더 날렵해지고 몸 관리도 잘해서 대표팀에 정말 중요한 핵심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은선은 "대표팀 선수들과 스태프 모두 월드컵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감독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것처럼 고강도 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쉽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용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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