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누구를 쓰면 좋을까요?"
11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을 앞둔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 에이스 김광현의 말소 소식이 전해진 날이었다. 시즌 두번째 등판이었던 8일 한화전 등판 후 불편했던 어깨. 10일 검진에서 왼쪽 어깨에 활액낭염이 발견됐다. 열흘 휴식 후 복귀할 예정으로 엔트리에서 잠시 빠졌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어깨통증으로 이탈하며 퇴출 위기에 몰린 외인 애니 로메로에 이은 비보. 선발 원투 펀치가 한꺼번에 빠진 답답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원형 감독은 의외로 담담했다. 김광현 대체 선발을 묻자 능청스레 반문한다. "그래서 누구를 쓰면 좋을까요?"
쓸 선수가 없어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강한 확신이 있다. 큰 고민 없이 기회를 부여 받은 깜짝 주인공, 루키 송영진이었다.
"선발로 나가봐야 해요. 시범경기 때도 로메로 대체 선발로 두 차례 선발 경험을 했거든요. 시범경기와 지금은 전혀 다르겠지만 찬스라고 생각해야죠. 향후 우리 팀 선발을 맡을 자원인데 기회가 빨리 온거죠. 너무 잘 하려고 하기 보다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으면 해요."
씩씩한 피칭과 구위로 캠프부터 기대를 많이 모았던 유망주. 불펜 2경기도 깔끔했다.
과연 데뷔 첫 선발은 달랐을까. 김원형 감독은 "떨리겠지만 영진이는 기능이 멘탈을 이겨낼 수 있는 투수"라며 "긴장감을 잘 이겨낼 거라고 본다"고 응원 섞인 기대감을 표현했다.
사령탑의 안목은 정확했다.
프로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던 14일 인천 NC전에서 5이닝 무안타, 4사구 3개, 7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150㎞의 속구와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을 씩씩하게 섞어던지며 NC 강타선을 무력화 했다. 타자들은 지저분한 볼끝과 낙폭 큰 유인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찌감치 송영진의 가치를 알아본 김원형 감독은 경기 후 "기대 이상이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6년 전인 2007년 SSG의 전신 SK에 입단해 패기 있게 공을 뿌리던 리틀 김광현의 모습을 보는 듯한 착시를 주는 슈퍼루키의 등장. 좌-우완이란 점만 다를 뿐 송영진 역시 1m85, 90㎏의 좋은 체격조건에서 긴 팔의 아크를 활용한 역동적인 투구 폼으로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스타일로 김광현 선배의 루키 시절과 흡사하다. 높은 타점에서 큰 상하 폭으로 꺾이는 변화구도 닮았다.
SSG랜더스의 20년 미래를 이끌어갈 에이스의 탄생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데뷔 첫 선발전 승리는 김광현 선배도 못해본 짜릿함이다. 게다가 데뷔 첫 선발등판에서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은 점은 놀라운 일이다. 일부 팬들은 인기 드라마 대사를 패러디한 '멋지다 영진아'란 응원 문구를 흔들며 열광했다.
안산공고 졸업 후 2007년 SK 1차지명으로 입단한 김광현은 곧바로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했다.
4월10일 인천 삼성전에 데뷔한 김광현은 6경기 동안 2패를 한 뒤 5월13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2안타 4볼넷 5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2대0 승리를 거두며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통산 150승 금자탑의 출발점이었다.
데뷔전에서 승리한 송영진은 과연 앞으로 몇 승을 더 쌓으며 SSG랜더스와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갈 기둥으로 폭풍성장할까. 김광현 뒤를 잇는 대형투수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송영진은 프로데뷔 3경기째 아직 실점이 단 1점도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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