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스피드가 전부는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운드 위 투수에게는 쉽지 않은 이야기인가 보다.
조금이라도 드라이버를 멀리 보내려는 남성 골퍼들 처럼 투수에게 스피드는 힘 센 남성성의 상징 처럼 끊임 없이 유혹한다.
삼성 라이온즈 토종 에이스 원태인(23)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 입문 후 떨어진 스피드를 되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매 시즌 꾸준히 늘린 결과 지난해는 152㎞까지 찍었다. 올 시즌은 더 빨라졌다. 11일 대구 SSG전에서 최고 152㎞를 찍었다. 초반부터 싱싱투로 1,2회를 6타자 퍼펙트로 가볍게 지나갔다. 하지만 3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1사 만루에서 내야 땅볼을 유도하며 홈에서 3루주자를 잡아내며 실점 없이 넘어가는 듯 했지만 최 정 최주환에게 연속 적시타로 3실점을 했다. 3회말 타선이 3점을 지원해 동점을 만들었지만 5회 선두 추신수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오른쪽 폴대를 스치는 솔로포를 허용했다. 5이닝 7안타 4실점. 구위가 좋았음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두번 실수는 없었다.
16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와의 3차전에 선발 등판한 원태인은 6⅔이닝 7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뷰캐넌에 이어 팀 내 두번째 선발승.
지난 경기 처럼 1,2회를 6타자 퍼펙트로 막아낸 원태인은 마치 데자뷔 처럼 3회에 위기를 맞았다. 선두 유강남 이학주 연속 볼넷으로 무사 1,2루. 5일 전 악몽이 떠오를 만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박승욱을 체인지업으로 병살 유도한 뒤 안권수를 뜬공 처리하고 위기탈출에 성공했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아찔했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왜 하필 왜 또 3회인가 약간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오늘은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냥 한 점도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승부했어요. 번트도 쉽게 대주기 싫어서 낮게 어려운 코스로 공 2개를 연속으로 던졌는데 파울, 파울로 투 스트라이크가 되길래 한번 해볼 만하다라고 했고, 마침 그 타이밍에 병살이 나와서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요. 3회 위기만 넘기면 흐름이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 경기를 통해 성장하는 청년 에이스.
이날은 최고 구속이 149㎞로 지난 경기에 비해 3㎞ 줄었다. 하지만 결과는 훨씬 좋았다. 비결이 있었을까.
"지난 경기보다 팔을 살짝 올리면서 투구 각도를 좀 생각을 하고 들어갔어요. 스피드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제 장점을 다시 살리자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동안 계속 안우진 문동주 이런 선수들을 생각하면서 던졌었는데 저는 안 되더라고요.(웃음) 다시 저만의 스타일을 찾아서 던졌고 결과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스피드에 대한 무한 도전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올해 2경기 만에 지난해 최고 구속(152㎞)가 나왔다는 건 몸 상태가 좋다는 의미잖아요. 희망을 봤기 때문에 다시 도전할 생각입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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