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9회 기적 같은 맹추격전. 3-3 동점에 만루. 자신이 둘도 없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순간, 하지만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법도 하다.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20)는 달랐다. 그는 "제발 나한테 와라와라 하면서 기다렸어요. 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라며 패기만만한 속내를 전했다.
롯데는 2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주말시리즈 3차전에서 9회초 5점 빅이닝을 연출하며 5대3 대역전승을 거뒀다.
8회까진 패색이 짙었다. 롯데는 NC 선발 이용준을 상대로 6회까지 단 한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을 정도다. 7회 안치홍이 비로소 첫 안타를 쳤지만, 득점과는 연결짓지 못했다.
8회초 이날 롯데의 2번째 안타를 친 주인공이 바로 윤동희다. 하지만 윤동희의 출루는 득점과는 이어지지 못했다.
기회는 다시 왔다. 9회초 시작과 함께 반전이 시작됐다. 황성빈 안치홍 렉스의 3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뒤이어 노진혁의 밀어내기 볼넷과 대타 전준우의 적시타, NC의 실책이 겹치면서 3-3 동점이 됐다.
한동희를 내야 뜬공 처리하면서 1사 2,3루. NC는 베테랑 정 훈을 고의4구로 거르고, 신예 윤동희를 택했다. 지난해 2차 3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2년차 신예 타자. 1m87의 훤칠한 키와 강한 어깨, 빠른발을 두루 갖춘 '툴가이'다. 롯데에는 드문 우타 외야수이기도 하다. 외야 3포지션 모두 커버 가능하다. 과거 다쳤던 팔꿈치에도 더이상 문제가 없다.
아직 1군 무대에서 검증받진 못했다. 지난해 윤동희는 단 4경기, 13타석의 기회를 받았을 뿐이다. 안타는 2루타 하나 포함 2개가 전부였다.
하지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윤동희의 컨디션은 쾌조 그 자체였다. 빠른공과 포크볼을 두루 갖춘 NC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좋은 선구안으로 볼을 골라내며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롯데의 4번째 득점, 이날의 결승 타점이었다. 황성빈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5-3이 됐고, 베테랑 김상수가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롯데의 올해 첫 시리즈 스윕, 첫 4연승이다.
기대주로 주목받았지만 개막 엔트리에선 빠졌다. 이날이 첫 콜업이었다. 하지만 경기 후 만난 윤동희는 밝은 미소와 함께 여유가 넘쳤다.
"아쉽기보단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시범경기 때 많은 걸 배웠어요. 제 스트라이크존을 확실하게 설정하고 치려고 노력했죠. 공도 빠르고, 변화도 심하니까 내 존이 없으면 멘털이 흔들리더라고요."
황성빈 안권수 고승민 렉스 김민석 등이 뒤엉킨 외야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윤동희는 "야구는 9명이 하는 팀경기잖아요. 경쟁보단 '나 할 것만 하자'는 생각이에요. 이번에 잘해야겠다보단 하고 싶었던 거 하고 내려오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내 스윙, 내 플레이가 나오더라고요"라며 성숙한 속내를 드러냈다. 9회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작년에 1군 경기 좀 뛰어봤다고 긴장도 덜 되고 여유가 있고,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죠. 저한테 올 것 같았어요. 와라와라 하는데 진짜 오더라고요."
윤동희는 "놓쳐도 괜찮다 생각했어요. 3번중에 1번 치면 3할이잖아요. 하려고 욕심부리지 말고 후회없이 하자는 생각이었죠"라며 "포크볼은 떨어지는 구종이니까, 조금 (존을)높게 봤어요"라고 덧붙였다. 그 결과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낸 것.
자신이 머릿속에 그렸던 1군 무대, 결승 타점의 순간과 비교하면 어떨까. 20세 유망주의 얼굴에 한결 큼직한 미소가 떠올랐다.
"오늘인줄 알았는데, 다음을 기약할게요. 볼넷도 좋지만, 다음 기회엔 쳐서 결승점을 내고 싶습니다."
창원=김영록기 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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