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에인절스가 8-11로 뒤진 연장 10회말.
헌터 렌프로가 2루에 나가 있고 타석에 브랜든 드루리가 들어섰다. 드루리는 풀카운트에서 상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제우리스 파밀리아의 6구째 94마일 한복판 직구를 밀어쳐 우측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2루주자 렌프로는 여유있게 홈을 밟았고, 드루리는 타구가 펜스를 맞고 나오자 2루까지 전력질주해 세이프됐다.
그런데 심판이 오른손으로 원을 그리며 홈런을 선언하자 드루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들어왔다.
이때 더그아웃에서 그 누구보다도 큰 소리로 홈런을 외쳐댄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오타니 쇼헤이다. 오타니는 드루리가 친 공이 우중간을 향해 날아가자 동료들과 벌떡 일어서더니 난간으로 몸을 내민 뒤 오른손을 들어 빙글빙글 돌리며 타자주자에게 홈런이라고 알렸다. 타구는 펜스가 아니라 펜스 위 광고판을 때린 것이었다.
같은 에인절스 선수들 중 홈런이 아니길 바란 선수는 없었겠지만, 오타니의 표정은 더욱 간절해 보였다. TV 중계 카메라가 오타니의 움직임을 집중 포착했을 정도다.
한 점차로 따라붙은 에인절스는 다음 타자 루이스 렌히포가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린 뒤 2루까지 욕심을 내다 횡사했고, 이어 볼넷과 사구를 얻어 찬스를 만들고도 테일러 워드와 마이크 트라웃이 적시타를 때리지 못해 그대로 패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는 난타전 양상이었다. 오클랜드가 전반에 주도한 흐름을 에인절스가 중반에 역전하며 빼앗아왔으나, 후반 다시 오클랜드가 재역전해 승리를 가져갔다.
에인절스는 2-7로 뒤진 6회말 선두 트라웃의 내야안타와 오타니의 우측 2루타로 만든 무사 2,3루에서 앤서니 렌던의 2타점 2루타, 계속된 찬스에서 터진 채드 왈라치의 2타점 적시타, 잭 네토의 2타점 적시타로 7-7 동점을 만든 뒤 7회말 드루리의 적시타로 전세를 뒤집었다.
보통 이런 기세라면 필승 불펜진을 앞세워 승리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에인절스는 9회초 등판한 앤드류 완츠가 연속 볼넷을 내준 뒤 물러나고, 이어 등판한 제이미 바리아가 안타와 밀어내기 볼넷으로 8-8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연장 10회초에는 바리아가 1사 1,3루에서 연속 3안타를 맞고 3실점해 8-11로 다시 리드를 빼앗겼고, 10회말 끝내 한 점차를 줄이지 못했다.
에인절스답게 졌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이날 패배로 에인절스는 11승12패를 마크, 승률 5할대가 다시 무너졌다. AL 서부지구 3위 자리는 지켰지만, 좀처럼 치고 올라갈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처럼 패해서는 안되는 경기를 내주기 때문이다. 최근 연패가 길어지는 건 아니지만 연승도 없다. 이런 식이라면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에인절스는 서부지구 선두 텍사스 레인저스(14승8패)와는 3.5경기차, 2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는 1경기차다. AL 와일드카드 순위는 공동 6위로 처져 있다.
이날 오타니는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에 힘을 보탰지만, 역부족이었다. 연장 10회말 드루리의 타구가 홈런이라고 외쳐댄 건 승리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었다. 이러한 오타니를 에인절스 구단주는 올여름 트레이드하지 않고 시즌 끝까지 데리고 있겠다고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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