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나이를 잊은 베테랑 해결사들의 '치고 받기' 대결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이 무대다. 현재 안양 KGC와 서울 SK의 챔프전은 2승2패,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KGC)의 위용과 '디펜딩챔피언(SK)'의 저력이 크게 충돌하는 형국이다.
두 팀이 치열하게 치고 받는 결과가 챔프전의 묘미를 듬뿍 살리는 가운데 두 팀 에이스들의 해결사 본능 경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리 보는 파이널 최우수선수(MVP) 경쟁같다. 주인공은 오세근(36·KGC)과 김선형(35·SK)이다. 농구 명문 중앙대 동기이자 1년 차 형·동생인 둘은 '우정'을 잠시 덮은 채 물러설 수 없는 챔프전 대결을 펼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챔프전 MVP 출신이다. 오세근은 2011~2012시즌, 2016~2017시즌 챔피언을 이끌며 MVP에 올랐고, 김선형은 2021~2022시즌 생애 첫 챔프전 MVP가 됐다. 올시즌 정규리그 MVP에 빛나는 김선형은 형 오세근이 2016~2017시즌에 달성했던 통합 MVP에 도전하는 중이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입증이라도 하듯, 팔팔한 후배들 부럽지 않은 노익장을 과시하며 챔프전을 지배하고 있다. 이번 챔프전에서는 이른바 '용병발'이 강력하지 않다. 정규리그 때 최고 활약을 펼친 자밀 워니(SK), 오마리 스펠맨(KGC)이 있지만, 2년 전 제러드 설린저(당시 KGC)처럼 씹어먹을 정도는 아니다. 그 사이 눈길을 끄는 이가 토종 대표주자 오세근 김선형이다.
동생 김선형이 먼저 펀치를 날렸다. 김선형은 1차전에서 22득점-12어시스트의 맹활약으로 77대69 승리를 이끌었다. 워니가 23득점-10리바운드로 기록상 만점 활약을 했지만 김선형이 있었기에 가능한 역대급 '원투펀치'쇼였다. 당시 KGC 가드진이 김선형의 폭주를 막지 못하는 바람에 오세근의 21득점-16리바운드의 용병급 활약은 빛이 바랬다.
'큰 무대에서 놀 줄 아는' 오세근은 2, 3차전에서 '경기를 지배하는 자'로 나서 대반격을 만들어냈다. 2차전에서 오세근은 21득점-9리바운드로 스펠맨(13득점-13리바운드)의 '공격 부족분'을 채우며 81대67 대승을 이끌었다. 이어 3차전(81대70 승)에서도 오세근은 최고의 해결사였다. 스펠맨이 16득점으로 '20점+'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자 23득점-9리바운드로 '소년가장' 역할을 수행했다. 오세근이 펄펄 날고 있을 때 김선형은 2, 3차전 모두 10득점으로 1차전의 기세가 꺾인 상태였다.
'적장'인 전희철 SK 감독이 "오세근의 활약에 깜짝 놀랐다. 나이가 많은 데도, 최근 몇 년간 그의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인 것 같다. 오세근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러자 연타를 얻어맞은 김선형이 다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1일 열린 4차전에서 23득점-10어시스트로 워니와의 '원투펀치'를 부활시키며 100대91,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날 오세근은 17득점(9리바운드)을 기록, 이번 챔프전 시리즈 처음으로 '20득점 이하'로 주춤했다. 승패를 가르는 '키맨' 역할을 하다가 백지상태로 돌아간 두 에이스. 5차전에서는 누가 지배자로 포효할지, 놓칠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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