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도루 논란에 가려진, 염경엽 감독의 강단.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LG는 4연승에 도전하는 중요한 한판이었다.
4-4 팽팽한 승부. 그리고 9회초. LG 염경엽 감독은 마운드에 19세 신인 사이드암 박명근을 올렸다. 개막 후 염 감독이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팀의 미래.
하지만 위기를 맞이했다. 2사까지 잘 잡아놓고 이용규에게 안타를 맞았다. 여기에 흔들렸는지 임지열을 사구로 출루시켰다. 그리고 타석에는 이정후. KBO리그 최고의 타자. 여기서 안타를 맞으면 경기를 내줄 가능성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하지만 교체는 하지 않았다. 염 감독이 추구하는 '디테일'이라면 좌타자 이정후를 상대로 좌완 함덕주를 등판시키면 될 일이었다. 상성상 사이드암 박명근은 이정후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경험 차이도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그러나 염 감독은 교체하지 않았다. 박명근에게 이정후와의 승부를 지시했고, 이닝을 마쳐줄 것을 기대했다. 그리고 어린 투수가 씩씩하게 공을 던져 염 감독의 바람대로 이닝을 끝냈다. 좌측 펜스 앞에서 잡힌 큰 타구이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수비에 잡혔으면 아웃이다.
그렇게 LG는 10회초를 함덕주로 막았고, 10회말 결승점을 내며 4연승에 성공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연승, 승리에 집착했다면 아마 이정후 타석에서 투수 교체를 생각할 감독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이 장면에서 염 감독의 강단, 그리고 선수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한 경기를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박명근에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선물한 것이다. 그 위기에서 최고 타자를 잡아낸 박명근은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을 게 당연하다.
염 감독은 짧게는 시즌 막판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열렸을 때 고우석, 정우영 등이 대표팀에 차출될 상황을 대비해서, 그리고 길게는 LG 마운드를 튼튼하게 만들겠다는 구상 속에 박명근, 유영찬 등 젊은 투수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주고 있다.
염 감독이 이번 시즌 '뛰는 야구' 논란으로 인해 다른 점들이 묻히고 있기는 하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도 신민재가 무리한 3루도루를 하다 아웃되며 경기를 내줄 뻔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에 선수를 잘 키워내는 지도자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 감독 시절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유한준 등을 리그 최고 스타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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