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해왔던데로 하면 나이지리아 잡을 수 있다."
'김은중호의 골잡이' 이영준(20·김천 상무)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였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16강에서 에콰도르를 잡고 2023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에 올랐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가 지배했지만, 놀라운 경기력으로 매 경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무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김은중호는 8강에 오르며, 지난 2019년 폴란드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8강 진출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김은중호는 F조 조별리그에서 프랑스를 2대1로 제압한 것을 시작으로 온두라스, 감비아와 연이어 비겼다. 16강에서는 에콰도르를 3대2로 잡았다.
한국은 이제 6일 오전 2시30분 나이지리아와 8강전을 치른다. 역대 세번째 4강 진출을 노린다. 나이지리아는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를 잡은데 이어, 16강에서는 '개최국' 아르헨티나까지 꺾은 이번 대회 최고의 우승후보 중 하나다.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힘겨운 여정을 이어온 한국 대표팀 입장에서는 상대하기 어려운 난적이다.
결국 최전방에 포진한 이영준의 활약이 중요하다. 이영준은 이번 대회가 낳은 신데렐라 중 하나다. 당초 큰 기대를 받지 않았지만, 막상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성진영의 개막 전 엔트리 탈락, 박승호의 중도 이탈까지 겹쳤지만, 묵묵히 최전방을 지키고 있다. 벌써 프랑스전과 에콰도르전에서 한 골씩 두 골을 넣은 것은 물론, 높이와 연계, 돌파까지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연계 면에서는 대표팀의 숨은 플레이메이커라 할만큼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1m92의 장신 답게 제공권에서도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에콰도르전에서는 상대를 넛멕으로 제압하는 발재간까지 보여줬다.
백미는 선제골이었다. 이영준은 전반 11분 배준호의 멋진 패스를 잡아 가슴 트래핑 후 멋진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흡사 2002년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이 기록한 득점을 연상케 하는 환상골이었다. 이영준은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원래 이런 찬스에서 '됐다'라고 속으로 생각을 하면 안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감독님께서도 말씀해주셨다. 공이 왔을 때 저도 모르게 잡고 그 템포로 때려 쉽게 득점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이영준의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신장이나 피지컬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헤딩 경합, 포스트 플레이를 더 성장시키고 장점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여기서 더 잘하고 싶은 것은 동료들과 연계도 연계지만, 순발력과 골문 앞 슈팅이다.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영준이 이토록 다양한 재능을 선보인 이유가 있다. 그의 롤모델은 토트넘의 6각형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었다. 케인은 득점 뿐만 아니라, 연계 모든 면에서 만능의 활약을 펼친다. 이영준은 "해리 케인 선수를 정말 좋아한다. 그 선수의 장점은 다 알고 계시지만, 슈팅도 슈팅이지만, 다방면으로 좋은 선수다. 케인이 롤모델"이라고 했다.
이영준의 시선은 우승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모든 팀이 우승을 목표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저희도 처음 소집부터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연습해왔다. 당연히 감독님을 믿고 믿음으로 하나로 뭉쳐 여기까지 올 수 있다고 생각했고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일단 나이지리아를 꺾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지리아를 제압하면 4강에서 이탈리아를 만나고, 다시 한번 2019년의 기적의 재연할 수 있다. 이영준은 겸손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나이지리아는 어려운 팀이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이야기 하신다. 저희가 약팀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지금까지 해온 모습을 보면 충분히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준비된 것만 잘한다면 결과는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매경기 선발로 나서고 있는 이영준이 다시 살아야 나이지리아도 잡을 수 있다. 이영준의 각오가 믿음직한 이유는 그래서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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