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4회초 1사 만루 위기를 막은 게 가장 기뻤다. 데뷔 첫 승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데뷔 2시즌만에 첫 승을 올렸지만 담담했다. 결정적 위기를 막고 팀의 승리를 지킨 점에 초점을 맞췄다.
초반부터 역전에 재역전이 오갔다. 어렵게 6-3으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외국인 선발이 3⅓이닝만에 강판됐다.
마무리 김원중이 등판할 수 없어 불펜의 부담이 큰 경기. 롯데 자이언츠 진승현(20)이 팀을 구해냈다.
13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 진승현은 반즈의 뒤를 이어 등판, 1사 만루의 절대적 위기를 막아냈다. 그것도 한화 타선의 중심인 김태연, 노시환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했다. 결정구는 존에서 살짝 벗어나는 절묘한 슬라이더. 지난달 27일 키움 히어로즈전 러셀을 삼진처리하던 모습이 오버랩됐다.
6회 제구가 흔들리며 무사 1,2루에서 교체됐고, 2명 모두 홈을 밟으며 진승현의 2실점으로 기록됐다. 진승현은 기쁨보다 아쉬움을 먼저 토로했다.
"1사 만루에서 힘을 많이 써서 그 다음에 체력이 떨어졌던 것 같다. 카운트 유리했는데…너무 완벽하게 제구하려다보니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공이 뜨면서 아쉽게 됐다."
진승현은 롯데가 장기적으로 선발로 키우고자 하는 자원이다. 작년과 올해 모두 2군에서 선발과 구원을 오갔다. 나균안 박세웅이 한꺼번에 빠지는 항저우아시안게임 기간 대체선발로 유력한 투수이기도 하다. 스스로도 "목표는 선발이다. 쉬는 날이 확실히 정해져있으니 루틴대로 할 수 있어 좋다"며 뜨거운 야망을 내비친 바 있다.
때문에 이날 드러낸 페이스 배분이나 다소 부족했던 마운드 위에서의 여유가 스스로에겐 크게 다가왔던 것. 대신 묵직한 직구의 구위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는 이제 검증을 받은 단계다. 포수 유강남의 '슬라이더가 좋으니 자신있게 던지라'는 격려도 큰 힘이 됐다.
구단 유튜브 자이언츠TV에서는 "만루에 올라가면 이 공을 어느 코스에 떨어뜨려야겠다"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게 큰 도움이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유강남이 한차례 고개를 흔들었음에도 스스로의 자신감으로 밀어붙였고, 삼진이 됐다는 것.
지난 9일 삼성전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를 확정지은 뒤엔 유강남과 이른바 '오승환-진갑용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진승현은 "끝나자마자 아버지의 세리머니를 하기로 이야기했었다. 오승환 선배랑 아버지랑 하는 걸 자주 봤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다"며 버킷리스트를 고백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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