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독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상대팀 코트디부아르는 흔히 말하는 '어나더 레벨'이었다. 정식 프로페셔널 과정을 거친 것처럼 기술이 좋았고, 대다수 선수가 경기 흐름을 읽을 줄 알았다. 대한민국 대표로 스페셜올림픽에 나선 여자 발달장애인팀은 19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올림픽스타디움 옆 올림피아파크에서 진행한 발달장애인들의 대축제 '2023년 스페셜올림픽 베를린 세계 하계대회' 여자축구 디비저닝 2번째 경기에서 상대 진영 구경도 해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반 스코어는 0대10이었다.
압도적인 실력차를 보이자 경기를 지켜보던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관계자와 미리 경기를 끝내고 여자팀 경기를 응원하던 남자 통합축구팀 선수단 입에서 상대에 대한 칭찬과 풀이 죽은 우리 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하는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스코어를 뒤집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팽배했다. 웬걸. 후반 시작 직후부터 반등의 기미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전반에 버티고 후반에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김일주 여자 발달장애인팀 감독의 전략이 먹혀들었다. 전후반 각각 20분씩 40분으로 진행된 경기에서 정숙이가 2골, 김연순이 1골을 넣으며 아마도 무실점 대승을 예상했을 코트디부아르 선수들을 당황케했다. 이후 2골을 내주긴 했지만, 후반 스코어만 따졌을 땐 3-2로 앞섰다. 최종 스코어는 3대12.
주장 김설화는 "전반전은 아쉬웠지만, 후반에 3골을 넣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일주 감독은 "상대팀 전력이 너무 강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팀 중 최고의 전력인 것 같다"고 인정하며 "후반에 우리 팀이 분발한 점은 잘한 것 같다. 후반 시작 후 5분만에 3골을 넣었다. 어려운 여건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여자팀은 비록 디비저닝 2차전에서 대패했지만, 같은 날 앞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첫 경기에선 12대0 대승했을 정도로 잠재력을 갖췄다. 지난 2019년 아부다비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던 여자 대표팀의 최대 강점은 바로 조직력이다. 김 감독은 "우리팀은 전원 의령 꽃미녀 FC 선수로 구성됐다. 의령 꽃미녀는 2012년 사회복지사인 내가 창단해 지금까지 국내에서 유일한 여자 발달장애인팀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대회에 비해 일부 선수 구성에 변화는 있지만, 대다수는 그대로 남아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전에서 골맛을 봤다고 거듭 언급한 김설화는 "우리 팀은 항상 재미있고, 파이팅이 넘친다"고 자랑했다.
김설화 등 지난 아부다비 대회에 나선 다수의 선수는 당시 준우승 후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그 눈물의 의미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이날 코트디부아르 앞에서 '벽'을 느꼈지만, 여전히 '금메달'을 노래하는 이유다. 스페셜올림픽에선 일반적인 대회와 달리 성적이 아닌 도전과 화합에 의의를 둔다. 하지만 선수들 마음은 또 그게 아니다. 김설화는 "쉽지 않겠지만,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한다면 좋은 성적이 있을 것"이라고 다부진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한편, 같은 날 남자 통합축구팀은 7인제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며 순항했다. 싱가포르에 4대0, 팔레스타인에 8대1 대승했다. 통합축구팀은 스페셜 선수(발달장애인) 4명, 파트너 선수(일반인) 3명으로 구성된다. 실력파 스페셜 선수를 보유한 우리나라는 이번대회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현직 스포츠기자인 주장 노찬혁은 "국제대회가 처음인 선수들이 있어서 싱가포르전 전반엔 헤맸지만, 차츰 적응을 해서 팔레스타인은 여유롭게 이길 수 있었다"며 "우리팀의 특징은 스페셜 선수와 파트너 선수간 서로서로 연결 플레이가 잘 이뤄진다는 것"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노영석 전무영 하주혁 등이 골맛을 봤다. 후반전에서 우리가 페널티를 얻자 벤치에선 한목소리로 "하주혁"을 키커로 지목했다. 득점이 없던 하주혁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다. 2013년부터 통합축구팀을 지도한 조기호 감독은 "주장 노찬혁은 대학교 때 통합축구를 시작해 어느덧 사회인이 됐다. 오랜기간 같이 하다 보니 스페셜 선수와 파트너 선수들이 형, 동생처럼 술도 마시고 같이 잘 지낸다. 그런 시간이 쌓여 경기장 위에서 케미로 발현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베를린(독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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