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983일 만에 터뜨린 결승골이었다. 포항 스틸러스의 중앙 수비수 박찬용(27)이 활짝 웃었다.
박찬용은 28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강원과의 2023년 하나원큐 FA컵 8강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42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대회 4강에 오른 포항은 2013년 이후 5번째 우승의 기회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날 휴식을 부여받은 호주 출신 센터백 그랜트 대신 선발 출전한 박찬용은 물샐 틈 없는 수비력 뿐만 아니라 팀에 결승골까지 배달했다. 후반 42분 왼쪽 측면에서 완델손이 문전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전달했다. 이를 1m90의 큰 신장을 보유한 이호재가 헤더를 통해 문전으로 공을 떨궜다. 박찬용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쇄도하며 왼발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박찬용은 "호재가 뭔가 줄 것 같았다. 크로스가 올라왔을 때 호재와 제카가 상대 선수들보다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사실 슈팅을 하는 순간 공이 뜨면서 '아차' 싶었다. 그래서 골대 쪽으로 몸을 밀고 들어갔다. 다행히 크로스바에 맞고 골라인을 통과하더라"라며 프로 데뷔 3호골의 생생한 기억을 떠올렸다.
3년 만에 맛본 결승골이었다. 박찬용은 전남 소속으로 K리그에 데뷔했던 2020년 10월 18일 수원FC전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전반 30초 만에 최단시간 자책골의 불명예를 안았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해피엔딩'이었다. 3-3으로 전반에만 6골이 터진 난타전에서 후반 43분 결승골을 터뜨린 바 있다. 2021년 FA컵 결승 2차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던 박찬용은 "당연히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김)승대 형을 필두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것이 포항의 힘인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찬용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무리하지 안되 폭발적인 안정감이 장점이다. 박찬용은 "나 뿐만 아니라 (하)창래 형과 그랜트는 모두 장점이 다르다"라며 "그래도 김기동 감독님이 바라는 듬직하고 안전한 센터백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화려한 것보다 안정적인 걸 추구한다. 그 부분을 잘 평가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요즘은 좀 화려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한다. 요즘 축구를 보면 예전과 다르게 눈부신 수비를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그런 것을 보면 현타가 오긴 한다. 그래도 나는 내 스타일대로 밀고 나가려고 한다"며 웃었다.
브라질대표팀 레전드 센터백 티아고 실바를 좋아한다는 박찬용은 지난 시즌 포항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33경기를 소화했다. 포항의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행 티켓 획득을 견인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하창래와 그랜트에게 밀려 출전 기회가 들쭉날쭉하다.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견뎌내고 있다. 박찬용은 "지난해 경기를 많이 나갈 때보다 지금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좋은 공부가 되는 것 같다. 밖에 있다보면 안에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더라"고 강조했다.
올해 2차 국군체육특기병에 뽑히지 않은 박찬용은 "빨리 털어버리는 스타일이긴 하다. 현재 병역 해결을 위해 뭔가 준비하고 있진 않다. 다만 김천 상무행에 떨어져 축구가 더 잘되는 것 같다"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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