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센터 쪽에 뜨는 순간 못들어올줄 알았죠. 그 타구에 어떻게 들어오겠어요?"
두산 베어스 곽 빈의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 중견수 정수빈을 향한 신뢰가 가득 담겼다.
이틀간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말시리즈. '중원의 악마' 정수빈의 존재감이 빛나고 있다. 탁월한 타구판단과 기민한 발놀림으로 안타성 타구를 건져올리는 것은 물론, 강한 어깨로 주자의 진루까지 저지하며 롯데 선수단의 트라우마로 자리잡을 기세다.
가장 인상적인 플레이는 역시 시리즈 1차전 4회말 홈 보살이다. 1사 만루 상황에서 한동희가 중견수 쪽 플라이를 띄웠다. 이어 3루주자 전준우가 태그업 플레이를 펼쳤지만, 정수빈의 정확한 노바운드 홈송구에 저지당했다. 전준우가 주로 중간쯤을 넘어설 때 이미 공이 홈에 도달할 만큼 굉장한 송구였다. 이날 롯데는 윤동희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하긴 했지만, 연장 10회말까지 조마조마한 경기를 치러야했다. 이 외에도 윤동희 전준우 등의 날카로운 타구가 모두 정수빈의 글러브에 빨려들었다.
2차전에서도 정수빈의 존재감은 빛났다. 롯데는 6회말 0-1로 뒤지는 상황에서 두산 선발 곽 빈의 제구가 흔들리는 틈을 타 무사 만루의 결정적 찬스를 잡았다. 두산 역시 전날 필승조를 소모한 상황. 조기에 곽 빈을 교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렉스의 중견수 플라이. 3루주자 고승민은 여차하면 태그업을 할 기세로 3루에 발을 붙이고 서 있었다. 하지만 뛰지는 않았다. 타구의 거리와 고승민의 주력, 정수빈의 어깨 등을 고려한 종합적 판단이었을 것이다. 순간 머리를 스쳐간 전날의 트라우마도 없었을리 없다.
공을 잡은 정수빈은 즉각 홈으로 공을 뿌렸지만, 송구는 3루 쪽으로 치우치며 빗나갔다. 결과적으로 고승민이 스타트를 끊었다면, 홈에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음 타순이 전준우-한동희로 이어지는 만큼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준우는 2루 뜬공, 한동희는 3루 땅볼로 물러나며 롯데는 동점 혹은 역전을 바라보던 찬스를 허무하게 놓쳤다.
오히려 9회초 강승호에게 쐐기포까지 허용했다. 9회말 두산 마무리 홍건희에게 이틀 연속 상처를 안겼지만, 발빠르게 투입된 정철원까진 뚫지 못했다.
롯데와 두산은 나란히 승률 5할 위아래에서 달리고 있다. 롯데는 5할의 벼랑끝에서 가까스로 3연승을 거두며 올라섰지만, 이날 아쉽게 연승이 끊겼다. 두산은 승패마진을 -2로 줄이며 "전반기를 승률 5할 이상으로 끝내고 싶다"는 이 감독의 속내에 보답했다.
울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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